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강석진 신부 지음
생활성서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처음 겪는 일이 허다하고, 비슷한 일을 겪어도 주변 사람과 상황이 달라지며, 타인의 마음은 물론이고 내 마음도 알 수 없다.
그래서일까, 강석진(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부가 ‘인생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책을 펴냈다. 그 첫 번째가 ‘가족 편’, 이어서 ‘관계 편’이 출간될 예정이다.
“부부 관계에서 오랫동안 기억되는 상처 대부분은 믿었던 배우자로부터 자기 ‘열등감’의 실체가 까발려질 때입니다. 이러한 ‘열등감’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욱’하고 감정이 일어날 때면 쌓아둔 그 찌꺼기들이 서로 뒤섞여 폭발하게 됩니다. (중략) 좋은 부부 관계란 ‘배우자의 열등감’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열등감’을 배우자에게 기댈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부부는 열등감에서 벗어나 상대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마음의 의사가 될 것입니다.”(138쪽)
“가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하얗게 질린 채 찾아옵니다. 이유인즉, ‘우리 아이가 변했다’는 겁니다. (중략) 지금 사춘기 자녀 때문에 힘들다면, 먼저 그들이 쓰는 언어를 충분히 들었으면 합니다. 비록 거칠고, 정제되지 않고, 은어를 쓰고, 과격하고 때로는 성적인 표현이 뒤섞여 있다 할지라도 그들이 충분히 사춘기 언어로 자신을 말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그 언어에는 성장기에 필요한 양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언어를 말한 후 자녀는 다시금 어른이 되는 정서적 성장의 과정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180쪽)
수도자이자, 사제로 25년간 살아온 강 신부가 사목하면서 깨닫고, 듣고 알게 된 사연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면 뾰족한 해결책을 몰라 쩔쩔맨다. 가톨릭신문에 연재한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가 13년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할 것이다. 매주 사람들이 들려준 사건과 사고(?)가 한 가지 이상은 됐다는 점은 어려운 세상살이의 방증일까, 하느님의 섭리일까.
상담전문가인 강 신부는 이번 책에 그동안 쓴 칼럼의 내용을 추려 여러 가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를 싣고, 그가 발견한 작은 힌트와 함께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담았다.
책에는 나름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 이유를 알지 못하고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묵상을 함께 나눈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착하게’ 산 사람이 겪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독자와 함께 신에게 묻기도 한다. 강 신부는 그 고통에 대한 해법은 하느님만이 아시지만, 우리가 함께하며 서로 도울 때 고통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전한다.
저자 강석진 신부는 서강대에서 상담 심리를 공부했고, 가톨릭대학교에서 역사 신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전주교구 개갑순교성지에서 성지 담당과 함께 순례자들을 위한 영적인 봉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