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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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서사 중심으로 풀어본 구약 성경의 세계

구약 성경의 입체적 이해를 높여주는 책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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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 레니 작 ‘골리앗의 머리를 잡은 다윗’, 17세기경, 파리 루브르박물관



구약성경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담겨 있다. 하지만 시대적, 환경적인 차이가 크다 보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구약성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각각 ‘설화학’,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풀어쓴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처음 만나는 구약성서
장 루이 스카 신부 지음  
박영식 신부 옮김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성경(Bibbia, Bible, Bibel)’라는 단어는 ‘책’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단수 biblia, 복수 biblion’에서 유래한다. 결국, 성경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여러 책을 모아놨다고 할 수 있다.

구약성경은 여러 문헌의 모음이라는 의미에서 ‘이스라엘의 도서관’이라고도 불린다. 구약성경의 각 문헌은 당시 고대 근동의 공통된 유산에 속하는 우주의 창조, 백성의 기원, 지혜의 보고들을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성서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학 유형, 즉 이야기, 법, 일화, 소설, 시, 기도, 잠언, 현실과 실존에 관한 성찰 등을 통해 표현된다.

「처음 만나는 구약성서」는 ‘설화학’이라고 부르는 성경 해석 방법을 통해 구약성경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아버지는 큰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루카 15,31~32) 비유는 큰아들이 아버지의 생각에 동의했는지 동의하지 않았는지 알지 못한다. (중략) 성서 이야기들은 이와 유사한 예상치 못한 측면들을 적잖게 포함하고 있다. 채워야 할 많은 공백들과 대답 없는 질문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카나의 혼인 잔치 이야기는 초대받은 사람들에 대해 말하면서, 신랑신부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17쪽)
이것은 ‘설화학’이라고 부르는 주석 방법의 독특한 형태이다. 이 방법은 본문들에서 질문, 공백 또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끊는 생략에 주목한다. 이런 단서들은 독자를 자극한다.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것은 독자이다. 독자의 대답이 없으면, 본문은 불완전하게 남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야기가 참으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되기 위해 독자의 능동적 참여를 요구한다.
책은 이러한 설화학의 관점에서 고대 이야기의 특성과 구약성경을 읽기 위한 기본 원칙들을 서술한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구약성경을 해석하고, 이어서 구약성경의 신학과 인간학을 고찰한다.

“만약 우리가 인간에 관한 성서의 사고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공동체의 중요성은 본질적이다. 성서의 하느님은 라이프니쯔의 단자(單子)처럼 구별되고 개별적 개인을 창조하지 않는다. 하느님은 인류를 창조하신다. 달리 말해 하느님은 하나의 사회를 만드신다. 창세 2,18의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유명한 하느님의 말씀을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337쪽)

벨기에 출신의 저자 장 루이 스카(예수회) 신부는 저명한 성서학자로,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오경 주석을 강의하며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펴냈다. 그중 「모세오경 입문」, 「우리 선조들이 전해준 이야기」, 「인간의 이야기에 깃든 하느님의 말씀」, 「구약성서 입문」 등이 우리말로 출간되었다.




 


하느님의 모상 인간 다윗
크레이그 모리슨 신부 
최안나 수녀 옮김  
성서와함께   



‘다윗’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다윗과 골리앗’일 것이다. 작은 소년이 무릿매질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려 승리했다는 이야기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반전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
이처럼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회자되는 이야기와 일련의 상황들의 전개를 보여주는 수많은 내러티브(서사)가 성경에 존재한다. 따라서 성경을 읽는 독자들이 내러티브를 잘 이해하면 성경 속에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더욱 분명하고 생생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

「하느님의 모상 인간 다윗」은 사무엘기 하권을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특히 각각의 장면들을 대구, 병행, 포괄을 형성하는 절들로 구분하고 도식화하여 그 짜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 통해 화자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의 요소들에 어떻게 주제적 응집력을 주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내러티브 접근은 화자가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말하는지, 곧 말하기의 연출에도 주목한다. 화자가 이야기를 말하는 속도는 얼마인가? 그는 다윗의 전쟁들을 번개 같은 속도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2사무 8,1-8), 타마르의 경우 암논의 거미줄에 아주 천천히 걸려들게 한다(13,8-11). 화자는 우리의 관점도 통제한다.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계약 궤를 인도하는 다윗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화자는 우리로 하여금 창밖으로 춤추는 남편을 응시하고 있는 미칼을 올려다보게 한다(6,16). 또한, 화자는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이끌 수 있다. 2열왕 17장에서 2개 절(5-6절)로 사마리아의 함락을 보고한 다음에, 화자는 다음 17개 절을 통해 이 패배에 대해 우리가 해석할 거리를 만든다.”(39쪽)

또한, 내러티브 분석 과정에서 다윗이 받았던 풍성한 하느님의 은혜와 사랑, 그 당시 국제 정세, 왕실의 권력 암투, 그리고 다윗의 가족사뿐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를 가진 다윗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서도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다윗 내러티브는 이스라엘의 역사 서사에서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군주제의 기능과 같은 주요한 질문을 몇 가지 제기한다. 그러나 공적이고 사적인 일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을 압도한다. 우리는 사울과 요나탄의 장례식에서 임금이 상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다윗이 그의 절친한 친구인 죽은 요나탄에 대한 사랑을 표명할 때 우리 심장은 멎을 듯하다. 우리는 반란군을 물리치는 전투보다 마하나임의 성문에 앉아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로서의 다윗의 극적 정경에 더 집중한다. 그런 사적인 순간에 내러티브가 내면으로 향하여 우리 영웅의 취약성을 드러낼 때 다윗과 나 자신과의 거리는 무너지고, ‘삶은 작은 것에서 더 충만하게 존재한다’라는 울프의 통찰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다윗 내러티브는 큰 것으로 축소될 수 없다.”(582쪽)

책을 번역한 최안나(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는 “다윗은 주님의 은혜를 엄청나게 입으면서, 그 자신이 지닌 장점뿐 아니라 결점까지도 온전히 다 드러내며 산 사람”이라며 “하느님과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이 세상에서 말하는 ‘흠도 티도 없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저자 크레이그 모리슨(가르멜회) 신부는 교황청립 성서대학 교수로, 시리아어, 아람어, 타르굼어를 비롯한 여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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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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