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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못하는 강, 4대강을 다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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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못하는 강, 4대강의 아픔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5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상수원 고갈 위기를 맞은 남부지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4대강 보 활용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2021년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수질 악화 등을 이유로 금강·영산강 유역의 보 5곳의 문을 상시 개방하거나 해체할 것을 의결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도 2019년 보를 해체해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은 우리 사회의 무너진 상식의 회복이고, 역사와 문화의 회복이며, 사람과 자연과 하느님의 관계 회복”이라고 밝혔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종교·환경단체의 노력에 배치되는 결정을 한 현 정부. 그리스도인들은 4대강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정부 “4대강 보 활용”에 환경단체 반발

환경부는 4월 3일 광주·전남 지역의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한 이후다. 환경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 주요 방향’을 발표하며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본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해 가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 수위를 올려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4대강 보 영향 구간에 위치한 70개의 취수장·양수장과 71개의 지하수 사용지역에 생활·공업·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4대강 재자연화를 촉구했던 환경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낙동강네트워크는 4월 10일 오전 11시 창원시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강·영산강 보 수문을 개방할 때 취수와 양수에 문제없는 수준으로 맞추는 만큼 물을 채운다고 더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매년 녹조가 퍼지고 있는 낙동강물이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내려가 그곳에서 녹조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보 수문을 개방해 강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5개 단체도 4월 13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공주 쌍신동 가뭄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환경부는 공주보 수문을 닫았지만 정작 금강 물은 가뭄을 위해 단 1ℓ도 사용되지 않았다”며 “그러는 동안 24일간 담수로 공주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뻘밭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4대강 보 활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4월 14일 시민환경연구소·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이 ‘윤석열 정부의 중장기 가뭄대책 진단과 우려’를 주제로 연 긴급 토론회에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대한하천학회 회장)는 “만약 보에 가둬진 물의 사용처가 있었다면 댐처럼 수위가 떨어져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준공된 이후 수문을 닫은 상태에서 보의 수위는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 활용에 있어 보는 무용지물이라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 교회는 왜 4대강 개발 반대했나?

한국교회는 ‘사람과 자연, 하느님의 관계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4대강 개발을 시작부터 반대했다.

2009년 12월 8일 전국 9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남녀 수도회 정의평화창조보전위원회, 그리고 천주교 환경단체 대표 등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천주교 시국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이하 천주교연대)를 구성했다. 이후 주교단은 정의평화위원회를 실무 기구로 두고 지속적으로 4대강 개발 사업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2010년 3월에는 한국 주교단 이름으로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4대강 개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이었던 강우일 주교도 2019년 6월 성명서를 통해 “4대강 보 해체와 재자연화는 환경 문제만이 아닌 부당한 국가 운영을 바로잡는 정의의 실천, 국가 재정의 정상화, 미래 세대에 대한 책무”라면서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교회가 4대강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생명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려는 의도다. 아울러 경제우선주의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죽음의 문화’를 고발하고 개선하기 위한 예언자적 소명도 그들을 움직이는 동기가 됐다.

예언자적 소명의 실천은 교회 밖 단체들과의 연대로 이어졌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상임대표 양기석 신부)는 181개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2018년 3월,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를 꾸리고 4대강 환경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4대강 문제의 핵심은 ‘인간중심적 사고’가 초래하는 위험성이라고 설명했다. 양기석 신부는 “모든 일의 중심에 인간의 이익을 놓고 보면,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리고 결국에는 인간 자신도 그냥 쓰고 버리는 도구 정도로 취급하게 된다”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이 같은 잘못된 생활 태도와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생활양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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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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