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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기로 묵상하는 ‘상처’가 ‘별’이 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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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별이 될 수 있을까? / 홍승의 신부 지음 / 성서와함께 

인터뷰를 앞두고 그는 믹스 커피를 찾았다. 생각해 보니, 머나먼 그곳에서는 귀한 것이겠다. 그렇잖아 지도에서 ‘과테말라’를 찾아봤다. 미국 아래 멕시코, 그 아래 과테말라다.

“중미죠. 남미보다 중미가 훨씬 열악해요.”

경유 편으로 비행기만 꼬박 15시간을 타고 오랜만에 우리나라에 온 과테말라 ‘천사의 집’ 원장 홍승의 신부를 만났다.

“청주교구 50주년 선교 프로젝트로 2006년 천사의 집이 시작됐어요. 특수 사목처럼 자리하다 줄곧 살아오고 있네요. 애들 키우는 집이라 사람이 바뀌는 것도 좋지 않죠. 당시 중남미에서 여성 문맹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과테말라였어요. 여성 교육이 자녀에게도 이어지니까 교육을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더 심각한 게 폭행 상황이더라고요. 낮은 곳에는 찌꺼기가 모이거든요. 가장 아래에 가면 날 것 같은 힘겨움과 더러움이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서 피해 아이들과 살아내는 것을 해왔어요.”

천사의 집과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오랜 시간 과테말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홍 신부는 최근 「상처가 별이 될 수 있을까?」라는 책을 펴냈다. 청년 선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이 반짝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탈출기를 묵상하며 찾는 내용이다.

“책 제목이 우리들의 영성입니다. 상처 입은 아이들과 사니까 ‘이 아이들이 빛날 수 있을까?, 빛난다는 건 뭘까?’ 생각하게 돼요. ‘별’이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걸 말하는 건 아니에요. ‘상처를 받았지만,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게 별이 되고 빛나는 거라고 생각하며 함께 걷습니다. 그런 영성과 가장 유사한 게 탈출기예요. 상처 속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을 건져내서 그들에게 십계명을 준 하느님은 무엇을 꿈꾼 걸까요? 그냥 위로해주고 상처받은 만큼 편하게 살라고 하지 않고 또 계명을 준 뜻이 무엇일까···. 결국 이들이 그 아픔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게 하려는 겁니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함께 살아보니까. 상처받으면 다치지 않으려고 더 무서워지거든요.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는가. 우리들의 꿈이에요.”

아이들과 사는 건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끊임없이 속을 뒤집는 아이들, 사고 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함께 생활하는 한국인 선교사 3명을 비롯해 20여 명의 현지 직원들과도 갈등으로 마음이 상할 때가 있다.

“친한 신부님이 ‘왜냐’고 묻기에 ‘삶의 파동이 느껴진다’고 답한 적이 있어요.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쏟을 때도 있고 누군가로 인해 정말 행복한 날도 있고, 내가 살아 있는 것 같다고요. 누군가는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 파동이 삶의 에너지로 다가왔어요.”

“왜 이런 광야의 여정이 필요한 걸까요? 지난 것들을 다 버리고 다 끊어버린다면 우린 누구나 아무것도 없는 광야의 여정에 들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다 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워야 하는 과정이지요. 이집트 생활의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태어난 이스라엘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만 할 겁니다. 하느님은 그걸 가르치시려나 봅니다. 다행히도 이렇게 고된 여정은 그들만의 여정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여정이기도 합니다.”(169쪽)

선교라는 것도 결국은 낮은 곳에 들어서는 여정이 아닐까. 어느덧 20년을 과테말라에서 사목한 홍 신부는 자연스레 그곳에서의 은퇴를 꿈꾼다.

“선교사에게 가장 큰 덕목은 ‘강생의 내려섬’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는 그 신비. 사람이 또 다른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에는 넘어야 할 벽이 있거든요. 사람 속에 들어가서 사랑하는 과정도 마찬가지고요. 선교사는 환경이나 문화, 언어 같은 현실적인 세계가 있으니 더 신랄하죠. 하나하나 성찰하고 넘어서야 할 벽이에요. 그래서 선교사는 무언가 큰일을 끌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존재하는 그 자리에 들어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친구가 되는 길을 찾아내는 거죠.”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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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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