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학, 이상용, 정성일, 조원식, 김태규, 황현, 최재철, 현정수, 김선호, 김태진, 오병수, 오흥서. 특정 지역 신자들에게는 낯익은 이름일 것이다. 모두 수원 및 인천교구 사제들이다.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수원가톨릭대 갓등중창단 출신이라는 점이다. 다른 길을 걷게 됐지만, 동창인 신상옥 선교사, 김상균 교수, 박승우 관장도 함께한다.
이들이 신학생으로 갓등중창단에서 활동하던 시절은 어언 30년 전. 갓등중창단은 1990년 11월 ‘정의와 평화 흐르는 곳에’, ‘묵상’, ‘봉헌’ 등 14곡이 실린 1집 앨범 ‘내 발을 씻기신 예수’를 발표했다. 수록곡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음반은 생활성가 대중화의 마중물이 되기도 했다.
15명의 초창기 멤버들이 당시보다 갑절의 나이가 되어 다시 뭉쳤다. 사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로 경륜이 느껴지는 이들은 ‘갓등중창단 OB’란 이름을 내걸고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중창단 30주년을 맞아 2020년에 재결성됐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지난해 연말에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단장 최재철(수원 성남동본당 주임) 신부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가면 은인 성당이 있다”며 “과거 그분들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이제 우리가 제3세계 신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는 앨범 ‘내 발을 씻기신 예수’ 수록곡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30여 년 전 수원가톨릭대 음악부장이었고, 지금은 선교사 겸 생활성가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신상옥(안드레아)씨가 만든 곡이 상당수다.
최 신부는 “신상옥씨 덕분에 이 모든 일이 이뤄졌다”며 “신학생 때도 끼가 많은 선배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연은 무료. 하지만 받은 감동만큼 현장의 모금함에 자유롭게 기부하는 이른바 ‘감동후불제’를 통해 모인 성금은 이미 방글라데시 신학교 기숙사 개선 사업과 미얀마 선교 활동에 각각 1000만 원 정도가 전달됐다.
최 신부는 “지난 연말 공연을 통해 2000만 원이 모였고, 올해 공연에서도 지금까지 비슷한 성금을 모았다”며 “모두 동남아시아 지역 신학생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지난 3월 10일 인천 송도 성 김대건성당 콘서트를 시작으로 인천교구 중3동성당, 수원교구 분당성요한성당, 수원 수지성당, 수원 가톨릭대학교, 부산교구 중앙성당, 수원 평촌성당 등에서 이미 마무리됐다. 오는 12일 오후 8시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24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성남동성당 공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