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음악 전문 합창단 한국오라토리오싱어즈의 제36회 정기연주회가 31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연주회는 지난 1988년 창단부터 지금까지 합창단의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최병철(대건 안드레아) 가톨릭대 명예교수의 퇴임을 기념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1936년생으로 서울대 음악대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에서 수학한 최 감독은 수많은 곡을 만들고, 다채로운 연주회의 지휘를 맡아왔다. 특히 6·25 전쟁 직후 서울 혜화동성당에서 성가대 지휘를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지금껏 교회음악에 헌신했다. 평신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가톨릭 성가’에 수록된 500여 곡 가운데 그가 작곡한 성가가 40곡, 편곡한 음악이 46곡이나 된다.
“교회음악을 전공한 건 아닌데, 평생 가톨릭 음악을 하게 됐죠. 세월이 이렇게 지나고 보니, 작곡이 욕심을 낸다고,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느님이 주시는 탈렌트가 따로 있어야 하고, 그 덕분에 지금껏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하이든의 ‘넬슨 미사’와 최병철의 ‘칸타타 코리아’가 연주된다. 두 곡 모두 민족적인 색채가 짙다.
먼저 ‘불안한 시대의 미사’라는 원제를 지닌 하이든의 ‘넬슨 미사(Nelson Mass)’는 나폴레옹의 전쟁으로 전 유럽이 불안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다. 1798년 이집트의 아브키르 만에서 나폴레옹을 격파하고 1800년에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영국의 넬슨 제독에게 헌정돼 ‘넬슨 미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최 감독이 작사·작곡한 ‘칸타타 코리아’는 1, 2부로 나뉘어 각각 ‘민족의 시’와 ‘평화의 시’를 노래한다. 이 작품은 특히 온갖 고난을 딛고 일어선 우리 민족의 도약 상을 드러내고, 마침내 민족의 자존과 사랑의 정신으로 가깝게는 통일, 멀게는 지구촌의 가족화를 이루는 영광된 미래를 설계하는 내용이다.
최 감독은 “‘넬슨 미사’는 과거 명동대성당에서 가톨릭합창단을 지휘할 때 자주 연주했는데, 김수환 추기경님도 매우 좋아하셨던 노래”이고, “이름 자체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칸타타 코리아’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공영과 완전한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곡”이라며 선곡 이유를 밝혔다.
한편, 1988년 오라토리오서울로 창단한 이래 2001년 개명 후 지금에 이른 한국오라토리오싱어즈는 매년 정기 연주회와 다수의 기획 연주회를 개최하며 국내 성음악 전문연주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최 감독 퇴임 후 새로운 예술감독과 함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