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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10) 토리와 로키타

이방인 남매가 쏘아올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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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이방인을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신명 10,19)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토리와 로키타’는 아프리카를 떠나 벨기에에 정착한 10대 미성년 ‘토리’와 ‘로키타’ 남매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난민으로 낯선 나라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남동생 토리는 누나와 함께 살며 학교에 다니고 싶고, 누나 로키타는 정식 체류증을 받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로키타가 정식 체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식당에서 노래하거나 허드렛일로 근근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벨기에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브로커는 약속했던 돈을 재촉하고, 아프리카에 남은 어머니는 동생들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부치라는 전화를 해온다. 로키타는 어쩔 수 없이 식당 주인인 ‘베탐’의 소개로 불법적인 일을 하게 되는데, 과도한 삶의 무게와 단속에 걸릴까 늘 노심초사하다 공황장애가 드러난다. 그때마다 토리는 고향의 노래를 불러주면서 로키타를 안심시키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 순간을 이겨낸다.

체류 심사에서 말실수해서 떨어진 로키타는 불법 대마초 제조 공장에 취직하는 조건으로 체류증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베탐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 끌려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곳에서 일하게 된다. 핸드폰도 뺏겨 동생에게 전화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불안함은 커진다.

로키타는 공장에 들른 직원에게 사정을 해서 겨우 토리와 통화를 하게 되는데, 이후 토리는 베탐의 차를 몰래 타고 와서 로키타가 있는 곳을 찾아와 남매는 재회의 기쁨을 나누게 된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이 결국 발각되면서 정처 없이 도망을 가게 된다.

이 영화 안에서 토리와 로키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극단적으로 나뉜다. 쉼터에서 가족과 같이 챙겨주는 이들도 있지만, 두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 돈을 어떻게든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해서는 안 되는 불법적인 일에 동원되고 그 결말은 해피 엔딩이 되지 못한다.

이 사회에는 이주민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로 사회적인 약자가 존재한다.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어떻게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간다. 어려운 처지에 사기를 당하고, 피해자가 되어 돈을 잃고, 삶의 기반마저 무너진다.

하느님 뜻에 맞는 진정한 정의와 선은 함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다. 사기나 불법이든 돈만 벌면 된다는 맹목적인 물신주의를 경계하면서 하느님이 주신 부유함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기쁘게 나누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동반할 때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그분과 함께 신앙인의 삶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5월 10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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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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