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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12) 드림팰리스

아파트가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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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우리는 자기가 살고 싶은 집에서 이웃을 벗으로 여기며 살게 될까! 시간이 흐르면 되는 일인가, 우리의 마음이 변해야 하는 일인가?

혜정(김선영)과 수인(이윤지)은 산업재해로 남편들을 잃고 진상규명을 위해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싸우는 막역한 사이다. 거대 기업인 길성의 끊임없는 회유로 혜정은 싸움을 멈추고 합의금을 받아 드림팰리스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기쁨도 잠시 미분양 아파트였던 탓인지 녹물이 계속 나오지만, 업주는 아파트 분양을 다 마쳐야 한꺼번에 고쳐준다고 한다. 소리 내어 항의해보아도 개인의 힘은 무력하고, 기존의 입주민들은 그런 소문이 나면 아파트값이 내려갈지 모르니 소문내지 말고 참으라고만 한다.

빠른 해결을 위해 혜정은 스스로 전단지를 만들고, 분양 현수막을 걸지만 쉽지는 않다. 남편의 목숨값으로 입주한 아파트가 주거 개념을 넘어 재테크 등 삶의 모든 수단이 되어 버렸다. 혜정의 권고로 결국 수인 역시 길성과 합의하고 드림팰리스로 들어오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함께 데모하던 이들이 합의로 떠나자 데모를 이끌던 대표자는 목숨을 버린다. 늘 우리가 하는 실수이지만, 강자는 개인을 회유하여 공동체의 목소리를 약화하고, 싸워야 할 대상이 강자이던 것을 개인의 약함이나 변절로 인한 것인 양 서로를 향하게 한다. 먼저 회유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고통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분양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업자가 아파트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자 이미 들어온 입주민들은 아파트 가격을 하락시켰다는 이유로 새 입주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바리케이드를 친다. 이미 기존 입주자가 된 혜정도 그들과 하나가 되어 수인의 가족을 포함하여 새 입주자들을 막아선 것이다.

나의 경제적 이득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침략자로 간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논리를 바라보며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일까?

함께 마음을 합쳐서 대책 회의를 하고 함께 행동하지만, 그 동기는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자들의 생활 연기 때문에 오늘의 사회상이 여과 없이 다가오고, 40대 아줌마, 남편 잃고 자식을 둔 엄마들이라는 위치는 어떤 상황도 다 받아들이며 변할 수 있다는 논리가 지순한 얼굴(?)로 왜 무슨 일이 일어났다며 말을 건넨다.

주변의 어려움에 서슴없이 자신의 것을 나누고, 수다를 떨며 이웃을 도와주던 오지랖 넓은 동네 아줌마들을 앗아가는 이 세태는 언제 사라질까? 기다리면 가능한 것인가?

이웃을 잃은, 벗을 잃은 부유가 우리를 기쁘게 할 것인지 묻게 하는 슬픈 영화, 별다른 장치 없이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당황스러운 영화다.



5월 31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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