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주일(28일)을 맞아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하느님의 위로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을 모아봤다. 따뜻하고 귀여운 그림이 많아 청소년은 물론, 그 시기를 지나온 어른들도 동화책을 읽듯 가볍게 책장을 넘기며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이다.
그래도 앞으로 가보지, 뭐! / 김미소진 글·그림 / 바오로딸
“일기 쓰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나를 무너뜨릴 것 같은 고통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하느님의 지혜와 가르침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힘든 일이 찾아오면 마냥 신세 한탄만 하곤 했다. 그런데 일기를 쓰다 보니 ‘예수님이 지금 이 일을 통해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행복한 날도 슬픈 날도 무탈하게 지나간 날도 모두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하루는 이미 그 자체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특별한 선물이다.”(‘예수님만 읽는 비밀 일기’ 중에서)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일기처럼 진솔한 이야기가 있는 「그래도 앞으로 가보지, 뭐!」는 김미소진(마리아) 작가의 말씀 묵상 에세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 열심히 달려왔지만, 불확실과 불안의 얼굴만 내보이는 현실 앞에서 느꼈던 좌절, 이를 극복해 나간 해법과 그 과정에서 발견한 선물들을 담고 있다. 특히 일상에서 만난 어려움과 고민을 예수님과 대화로 풀어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말씀 안에서 느낀 예수님의 사랑을 새롭게 조명해보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엮어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도 더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인간관계로 인한 어려움과 낮은 자존감 등 청년이라면 누구나 겪을 힘겨움과 그에 따른 응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인간관계, 자존감, 꿈,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내 글과 그림이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분명히 하느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준비해 두신 선물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힘들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희망을 품으며 항상 우리의 손을 잡아주시는 예수님과 함께 앞으로 걸어가면 좋겠다.”(16쪽)
여우 마리노의 성모님께 꽃을 / HYUN HO 글·그림 / 성바오로
여우 마리노와 친구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도 따뜻한 햇살 가득한 5월이다. 성모 성월을 맞아 마리노가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는 세 팀으로 나누어 성모님께 바칠 예쁜 꽃다발을 준비한다. 저마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한 꽃을 성모님께 바치고 싶어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에 오해와 싸움까지 일어난다. 어느 팀이 성모님께 가장 예쁜 꽃을 바쳤을까? 그 꽃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연말 「여우 마리노의 크리스마스이브」를 출간한 작가 HYUN HO의 신작이다. 폴 신부님과 안나 수녀님,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담겨 있는 귀여운 그림과 짧지만 여운 있는 이야기가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책이다.
세상의 모든 감사 / 클레어 손더스 글 · 켈시 개리티 라일리 그림 / 이계순 옮김 / 씨드북
폴란드어로 “젠쿠예”, 네덜란드어로는 “버당크트”, 우크라이나어로는 “댜쿠유”, 마오리어로 “키오라”, 타갈로그어로는 “살라맛”, 히브리어로는 “토다”, 아랍어로는 “슈크란”.
같은 뜻을 지닌 이 단어들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일까?
다음의 좀 더 친숙한 단어들을 제시하면 바로 알아챌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그라치에”, 스페인어로는 “그라시아스”, 독일어로 “당케”, 프랑스어로 “메르시”, 중국어로 “시에시에”, 일본어로는 “아리가토”, 영어로 “생큐”, 우리말로 “고마워”.
그렇다, 바로 ‘감사’를 전하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감사」는 아랍어부터 코사어까지 50가지가 넘는 언어로 어떻게 ‘감사하다’고 말하는지 소개하는 책이다. 대륙별로, 나라별로, 민족이나 부족별로 사람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자연과 동물에게도 어떤 식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지, 언어뿐 아니라 행동 양식, 특별한 문화까지 그림과 함께 알려준다.
책은 또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걸은 닐 암스트롱이 우주복을 만들어준 디자인팀에게 25년간 감사의 편지를 보낸 일,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코로나19 팬데믹 때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하다며 영국 남부의 한 병원에 그라피티를 남긴 이야기 등 특별한 감사 에피소드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감사 습관을 기르는 방법도 제시해 누구나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 / 방정환 / 이다북스
“한 민족에 있어서나 한 국가에 있어서나 또는 세계인류에 있어서나 모든 새로운 사상, 새로운 사업은 항상 새로운 인물의 두뇌에서 생기고 또 그 손으로 되는 것이며, 그 새로운 인물은 반드시 소년의 세계에서 길러져 나오는 것임은 여기에 다시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동화는 그 소년-아동의 정신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가장 필요한 것이다. 문화적으로 진화한 현대에 인간적 교양의 한 요소로 예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현대 아동에게는 그 인간적 생활의 요소로 동화가 요구되는 것이다.”(51쪽)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는 1921년 4월 「개벽」에 게재한 ‘깨어 가는 길’부터 1931년 3월 「별건곤」에 실은 ‘여학교 교육 개혁을 제창함’까지 방정환 선생이 여러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글 27편을 게재 순으로 모은 책이다. 글의 주제는 어린이에 대한 사랑은 물론 개인적인 자기 고백에서 당대 교육 문제와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그를 ‘어린이의 아버지’로만 한정 지을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 활동 폭이 매우 넓고, 추구한 세계 역시 아동의 울타리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른세 해의 짧은 생애 동안 방정환 선생은 일제 치하라는 강압적인 현실과 경직된 사회에서 ‘어린이’라는 말과 ‘어린이날’을 만들어 소년운동을 이끌었고, ‘색동회’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아동문화와 아동문학의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겼으며, 어린이를 통해 나라의 독립을 기원하고 건설적인 국가의 미래를 꿈꾸었다.
그 기상과 정신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린이와 모두의 미래에 대한 가르침을 제시한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