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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13)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드레스에 투영된 꿈꾸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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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는 그 어느 때보다 꿈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행복한 영화다. 미국 작가 폴 갈리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 해리스가 파리에서 보내는 일주일간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1957년 안개 낀 런던. 동전의 양면으로 하루를 점치는 주인공 해리스는 동전의 어느 면이 나와도 좋은 일로 생각하는 긍정의 소유자로, 기다리던 남편의 전사통보를 받고도 잘 버티어내는 정신력 강한 여성이다. 런던의 부잣집에서 청소일을 하던 해리스가 그 집 부인의 명품 디올 드레스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꽃을 사랑하고 바느질에도 능하고 집을 잘 꾸밀 줄 아는 그녀에게 디올 드레스의 아름다움은 황홀함 그 자체인 것이다. 청소부로 생계를 연명하는 해리스에게 그 드레스는 꿈꿀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며 드레스를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파리로 떠난다.

하지만 당시 최상위층만 상대하는 파리의 디올 매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는데, 사랑스러운 해리스 부인의 역은 영국배우 레슬리 맨빌이 맡아 열연하고, 디올 하우스의 품위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대중화에 반대하는 권위적이고 개성이 강한 콜베르 역을 한 이사벨 위페르의 돋보이는 연기는 작품을 풍성하게 한다.

해리스는 오뜨 꾸뛰르(한 명을 위한 맞춤 의상을 최소 15명의 장인들이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것) 드레스를 지닐 만큼 경제력이나 환경이 뒤따라주지 않지만, 그녀는 어느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대하는 변치 않는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인간미 넘치는 매력이 있다. 해리스가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노인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에서 그들이 일생동안 안고 살아온 희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세월의 지혜」, 203쪽)라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

이 작품은 1000만 불 남짓의 작은 규모로 제작된 영화이지만, 파리 컬렉션의 드레스를 화려하게 조명하고, 그곳에 모인 부자와 귀족들의 우아함과 권위, 퇴폐를 한꺼번에 보여주며 당시 사회상과 함께 볼거리를 제공한다. 디올의 재단실은 천국의 달빛을 만든다고 할 정도로 원단부터 깃털, 자수에 이르기까지 최고를 추구하고 정성을 다한다. 과연 누가 그런 드레스에 걸맞는 자격이 되는지 되묻게 되는데, 컬렉션은 아름답지만, 허상이기도 하여 디올 하우스도 위기를 맞이하고, 1인 맞춤보다는 대중화를 추구하는 시대로 변화한다.

영화 후반부 주인공 해리스도 자신의 모든 것과 맞바꾼 가장 소중한 드레스를 옆집 여성에게 빌려주어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는데, 젊은 여성의 안타까운 사정을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의 성품 때문에 자신의 드레스를 기꺼이 빌려준 것이다. 결국 옷에 불이 붙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는 암담함을 겪지만, 당시 선택이 최선이었기 때문에 해리스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건강한 정신이 자신의 삶은 물론 주변에 전해져 더 큰 행복이 되어 되돌아온다.



온라인 채널 제공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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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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