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예술단체 ‘극단산’의 축구 연극 ‘PASS’가 8월 4일 서울을 시작으로 속초, 정선, 부산 등에서 공연된다. 작품의 배경은 인기 절정의 월드컵이나 K리그가 아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 1946년까지의 한반도다.
“그때 ‘경평대항축구전’이 열렸어요. 일제강점기인데 민족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축구를 통해 마련됐던 거죠. 축구가 조선 후기에 들어왔다고 해도 얼마 안 되었을 시점, 지금으로 치면 축구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인데, 이념을 떠나 스포츠를 통해 서로 묶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경평대항축구전은 실제로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부터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이 서로 지역을 오가며 펼친 친선경기다. 1946년 7회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한반도는 해방됐으나, 38선으로 남북 통행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축구를 매개로 열정과 사랑 담아
이번 극을 직접 쓰고 연출한 극단산의 윤정환(프란치스코) 대표는 제목 ‘PASS’의 의미도 단순히 공을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 오랜 분단으로 인한 남북한의 단절에서 찾는다.
“해방 이후에는 열리지 못한 경기, 아이러니하죠. ‘PASS’에 ‘통하다’는 뜻도 있어요. 38선으로 남북한이 왕래를 못 하게 된 시절, 즉 불통의 시기를 배경으로 ‘소통’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무겁고 딱딱한 작품은 아니다. ‘PASS’는 축구를 매개로 남북한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 농구장이나 야구장보다 큰 축구장을 한정된 무대에 옮겨왔지만, 그만큼 창의적인 상상력과 색다른 무대 언어로 역동적인 장면을 표현한다. 춤과 노래는 물론 타악 퍼포먼스, 영상까지 더했고, 서로 조금은 다른 색채를 지닌 남과 북의 춤, 노래, 민요 등을 현대적으로 재창작했다.
“지난해 초연 때는 무대에서 축구공이 사라진 적도 있고, 객석으로 공이 날아간 적도 있어요.(웃음) 스포츠는 선수들과 관중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잖아요. 이번 공연은 삼면에 객석이 마련되는데, 공연장에서도 그런 거짓 없는 화학반응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협력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재)속초문화관광재단, (재)정선아리랑문화재단, 속초 극단 파.람.불, 부산 민간단체 (주)조은아트플러스 등과 함께 진행하는 이번 공연은 8월 4~16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25~26일 속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31일 정선 아리랑센터, 9월 6~7일 부산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된다.
현대사를 소재로 무대를 만드는 윤 대표는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서의 순회공연도 꿈꿔본다.
북한 순회공연 꿈꾸며
“북한에서 공연할 수 있으면 정말 좋죠. 아마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라면 브로드웨이도 대단하지만, 북한에서의 공연도 의미가 클 겁니다. 지금 정선에서 상설공연하고 있는 ‘아리 아라리’도, 오는 11월 공연될 ‘비밀의 노래’도 우리 민족의 이야기이고, 그런 꿈을 꾸고 작업했어요.”
모태신앙인 윤 대표는 언젠가부터 성당에는 잘 가지 못하지만, 신앙이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건 확실하다며, 사랑을 실천하고 베풀며 세상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일환으로 어려운 공연예술 분야에서 후배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는 게 그의 꿈이기도 하다.
“공연예술 분야의 40~50대는 생계가 정말 문제예요. 그래서 가정을 이루면서 30대 중후반부터는 그 수가 확 줄기도 하고요. 저는 이쪽 일을 하면서도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갑부가 되는 건 힘들겠지만,(웃음) 적어도 생활을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요. 그래야 후배들도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저는 행복합니다. 덕분에 힘들지만 다른 무대도 꿈꿀 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