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도 성인의 수도 규칙 바탕‘겸손의 12 단계’로 자존감 향상 인도진정한 자존감, 겸손 속에 있음 강조
규칙서를 쓰고 있는 성 베네딕토. 헤르마니 작. 성인은 겸손의 열두 단계를 이야기했다.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 자기부정, 순명, 인내, 참회, 평정, 자기겸허, 신중, 침묵, 품위, 분별, 경건이다.
언젠가부터 ‘자존감(self-esteem)’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면서 일상에서도 ‘낮은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용하다는 비법은 다 써봤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다면 베네딕도 성인의 ‘겸손의 규칙’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면 어떨까.
‘겸손의 규칙’은 6세기 성 베네딕도가 쓴 「수도 규칙」에서 유래한다. 참된 수도자가 되는 길을 안내하는 이 규칙서는 그리스도교 수도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공개된 지 100년도 안 되어 유럽의 거의 모든 수도원에서 채택되었고,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의 여러 수도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겸손의 규칙 / 어거스틴 웨타 신부 지음 / 민제영 옮김 / 분도출판사
세인트루이스 베네딕도 수도회 어거스틴 웨타 신부는 「수도 규칙」 제7장에 나오는 ‘겸손의 사다리’에 관한 내용을 토대로 참된 자기 존중의 길을 제시하는 「겸손의 규칙」을 펴냈다.
책은 겸손의 열두 단계, 즉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 자기부정, 순명, 인내, 참회, 평정, 자기겸허, 신중, 침묵, 품위, 분별, 경건’을 통해 독자들이 자존감과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참된 자기 존중은 거룩함의 형태를 띱니다. 성 베네딕도가 보기에 거룩함은 자기애가 아니라 자기 버림에 관한 일입니다. 사실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모든 생각이 성 베네딕도에게는 터무니없게 여겨지겠지요.”(18쪽)
“사실 우리는 모두 스타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들이기 때문에(갈라 3,26 참조)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존엄을 알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따로 무엇을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될 겁니다.”(47쪽)
성 베네딕도가 말하는 ‘겸손’은 지금의 대중문화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자기애, 자화자찬, 자기 확대, 자기 홍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전혀 중점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있는 장점과 약점의 견지에서 서로서로, 그리고 하느님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중시한다.
「겸손의 규칙」을 쓴 어거스틴 웨타 신부는 수도원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영문학과 고전문학, 신학을 가르치며 럭비도 지도하고 있고, 학창 시절에는 아르바이트로 저글링도 했다.
저자의 흥미로운 이력 덕분인지, 무겁고 따분할 것 같은 ‘수도 규칙’은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글과 삽화를 통해 누구나 시도해 볼 만한 영적 가치로 전환된다. 각 덕목을 설명한 다음에는 단순하지만,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해 일상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수도원 생활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