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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화가가 그린 봄햇살과 꽃향기 가득한 그곳

‘동자동 사랑방’ 대표 윤용주씨 작품 26점 모아 ‘쪽방촌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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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사랑방’ 대표 윤용주씨.
 
윤용주 작 '동자동의 봄'

윤용주 작 '서울역'


폭염과 혹한은 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몰아세운다. 바람 한 점 없는 쪽방에서 거동까지 힘들다면 어떨까···.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봄’이라는 희망의 단어를 꺼내 든 이가 있다. 바로 윤용주(요한 사도)씨다.

“나름의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서울의 거리, 쪽방촌 모습, 양수리, 해바라기, 개나리, 나팔꽃 등 욕심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서민적인 작품을 그려봤어요.”

이렇게 모인 26점이 ‘쪽방촌의 봄’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갤러리꽃피다에 전시된다.

실제로 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쪽방에 기거하는 그는 한때 한국화를 그리던 전업 화가였다. 결혼 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중장비 임대업을 하다 IMF로 위기를 맞았고, 당뇨합병증으로 무릎 아래 두 다리마저 절단해야 했다. 가족도 건강도 돈도 모두 잃고 홀로 남겨진 쪽방에서 그는 다시 붓을 쥐게 됐다.

“아무래도 장애가 있다 보니 소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또 저만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데, 형편이 어려우니까 재료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작업하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가 작품에 담은 양수리는 경기도 양평까지 지하철을 타고 직접 찾아갔다. 하지만 전남 구례의 산수유 마을이나 부산 태종대의 석양은 인터넷에서 본 사진에 자신의 느낌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힘겹게 그린 작품이건만, 판매 수익금은 전액 ‘동자동 사랑방’ 기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윤 작가가 2021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동자동 사랑방’은 노숙인을 위한 도시락 나눔, 법률 안내, 의료비나 장례비 등을 지원한다. 점심 식사만 하루 60명 정도가 이용하다 보니 주민들의 후원금만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 하지만 두 다리를 잃고 절망하던 시절 두 손을 내밀어 준 한 수녀님,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화선지와 물감을 지원하면서 이번까지 총 세 번의 전시회를 준비해준 사진가 김원씨를 비롯해 지금껏 그를 도와준 이들처럼 윤 작가도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희망한다.

“제가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제 믿음은 더 절실해졌습니다. 이번 전시회도 ‘하느님이 해주시겠지!’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쁘게 준비했어요.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로 어려운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 5일 개막한 ‘쪽방촌의 봄’은 17일까지 일요일과 광복절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오후 7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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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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