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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22) 콘크리트 유토피아

각자도생의 시대, 공동선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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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빚으시고 땅을 만드신 분 그분께서 그것을 굳게 세우셨다. 그분께서는 그것을 혼돈으로 창조하지 않으시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빚어 만드셨다.(이사 45,18)

9일 개봉한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갑작스러운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아파트로 모이고 함께 재난을 이겨낸다. 하지만 구조대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파트 입주민과 외부인 사이에 갈등이 켜져 간다.

식량과 물도 부족하고, 낯선 외부인에 의해 다치거나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민 자치 회의가 열리게 된다. 이 자리에서 화재 진압에 열성적이었던 ‘영탁’이 주민대표로 뽑히게 되고, 다수결에 의해 아파트에서 입주민만 살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린다.

어렵게 외부인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 그때부터 영탁을 중심으로 아파트 주민들만의 생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데, 생존에 필요한 것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기여도에 따라 분배하고,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주민 투표에 의해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아파트에서 쫓겨난 이들은 강추위까지 덮쳐 얼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아파트 주민들은 바깥세상과는 다른 삶을 산다. 건강한 남자들이 밖에 나가 식량과 생필품을 구해 오면 부녀회를 중심으로 아파트를 가꾸고 꾸려가면서 자급자족할 수 있고 문화적인 혜택도 누릴 수 있게 된다. 파티를 열어 음식을 나누고, 노래자랑을 하는 장면에서 입주민들의 삶은 잘 드러난다.

하지만 모든 아파트 주민이 이러한 배타적인 생존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몰래 외부인을 숨겨준 ‘도균’과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도움을 주는 ‘명화’와 같은 이들은 어려울수록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몰래 외부인을 숨겨준 것이 영탁에게 발각되면서 이들을 모두 색출해 쫓아내게 된다. 영탁은 모든 주민들 앞에서 외부인을 숨겨주었던 이들이 무릎을 꿇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도균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 얼마 후 쫓겨났던 외부인들이 아파트를 차지하러 들어오면서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고, 실망한 명화는 아파트를 떠난다.

이 영화는 아파트라는 공간의 폐쇄성과 함께 다수결로 포장한 집단 이기주의를 보여준다. 각자도생이 만연해지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어떻게 공동선과 이웃사랑을 살아갈 것인가 되물어야 한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지만, 인간은 다를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자기 자신을 희생하거나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

신앙 공동체는 본래의 구성원인 신자들만의 친교를 넘어서야 한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지금 이 시대에 있음을 기억하면서 그들에게 관심과 애덕을 실천할 때 주님의 사랑과 자비는 넓게 퍼져나갈 것이다.


8월 9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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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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