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서 쉽게 읽기 / 안소근 수녀 지음 / 성서와함께
“무엇에 의지할까요? 이것이 예레미야서의 문제이고, 예언자 예레미야의 문제이며, 특히 예레미야의 고백록들에서 다뤄지는 문제입니다. 이제부터 이스라엘이 그리고 예레미야가 하느님 아닌 다른 어떤 것에 의지할 때, 하느님은 의지하는 그곳을 무너뜨리심으로써 오직 당신께만 의지하게 하실 것입니다. 이미 예레미야는 가족도 믿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듭 거치며 모든 안전을 다 잃으면서도, 오직 하느님의 말씀만은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 예언자의 운명입니다.”(87쪽)
‘야훼께서 던지다, 급히 보내다’라는 뜻이 내포된 그의 이름처럼 ‘예레미야’가 활동하던 시기(기원전 627-587년)의 유다 왕국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밖으로는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의 세력 다툼이 치열했고, 안으로는 우상숭배와 부패가 극에 달했다. 성경의 다른 예언자들처럼 예레미야 역시 회개를 호소하면서 하느님의 심판을 알렸다. 주님의 말씀은 예언자의 삶을 평탄하게 두지 않았다. 그러나 예언자는 그 험난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갔다. 그가 자신의 사명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그를 지켜주셨기 때문입니다.
총 52장의 예레미야서는 그 분량이나 내용에 있어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안소근(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 수녀는 「예레미야서 쉽게 읽기」를 통해 예레미야서의 핵심 본문을 해설하고, 배경이 되는 중요한 역사를 소개한다. 또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예레미야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신학적 주제를 짚어준다.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 무디기에 하느님의 ‘평화를 위한 계획’은 멸망과 유배를 거쳐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백성은 실패를 겪고서야 하느님을 찾을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거기에서’ 온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게 될 때, 하느님은 그들의 운명을 되돌리시고 평화를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멸망은, 백성이 온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게 되기 위한 마지막 길이었습니다. 그것은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지막 계획이었습니다.”(161쪽)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