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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만능주의 고찰하고 신앙의 의미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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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카스텔간돌포에 있는 바티칸 천문대. OSV
 


과학 시대에도 신앙은 필요한가 / 김도현 신부 / 생활성서

과학과 종교, 광대하고도 심오한 두 분야를 두고 ‘공존’보다는 ‘대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신앙과 이성」에서 “과학과 종교, 이성과 신앙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라보려고 날아오르는 두 날개가 되어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론적 과학 만능주의의 근간이 되는 여러 이론의 한계를 일목요연하게 짚어 이를 뒷받침한 책이 출간됐다. 바로 「과학 시대에도 신앙은 필요한가」. 카이스트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 박사 후 연구원,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등을 역임한 대구대교구 김도현(대구가톨릭대 교수 겸 대구 동촌본당 보좌, 사진) 신부가 집필했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평화방송에서 ‘가톨릭 둘레특강’도 하고, 「과학과 신앙 사이」라는 책도 펴냈는데, 일부에서 뭇매를 맞았습니다.(웃음) 물리학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신부가 어떻게 진화론을 옹호하느냐 등. 그래서 지금까지 언급했던 ‘과학 만능주의의 문제점이나 과학과 종교 간의 갈등’에 대해 더 명확하게 학술적으로 정리하고자 이번 책을 쓰게 됐어요. 그 근거가 되는 참고문헌을 상당히 많이 달았고요.”
 

대구에 있는 김 신부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과학의 위대함을 체감케 했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만났다. 50쪽이 넘게 기재된 미주와 참고문헌은 ‘과학과 종교’라는 민감한 두 영역을 얘기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깊고 넓게 공부했는지 가늠하게 했다. 하지만 대중이 쉽게 이해하도록 잘 정리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힌다.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빅뱅 우주론’과 생명의 기원을 살펴보는 ‘진화론’이 주를 이루는데, 한편으로 진화생물학은 물리학과는 또 다른 줄기의 과학이기에 학계에 있었던 입장에서 꽤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아직까지 그쪽 분야에서 문제를 제기한 분은 없어요.(웃음) 제가 사제품을 받은 뒤 많은 분이 진화론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맞느냐, 신앙과 어떤 충돌이 있느냐…. 계속 질문을 받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주요 서적을 비롯해 여러 논문을 읽었고, 제 분야가 아니라서 고생은 했지만,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는 됐어요.”

책은 현재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과학 만능주의의 문제점을 고찰한다. 이를 위해 과학과 종교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들을 기술했고, 각 이론이 갖는 한계와 불완전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신이 존재한다’는 것처럼 이해될 수도 있겠다.

“그건 이른바 ‘틈새의 신,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하느님’의 개념인데, 그런 논리는 아닙니다. 저는 ‘과학 나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과학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신의 영역에 대해 과학이 논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과학자는 겸손해야 한다고요.”

김 신부는 책에서 ‘초자연적이고 유일회적 계시’가 신앙을 키운다고 언급한다. 수많은 실험과 분석, 그 결과로 정립된 특정한 법칙에 익숙한 과학도가 뒤늦게 사제가 된 것도 지속적이면서도 강렬한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쓰러지셨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나셨어요. 그 일을 계기로 부모님과 함께 세례를 받았고, 50년 가까이 투병하시는 아버지, 그 곁을 지키시는 어머니, 어느 순간 온전히 그분에게 내맡기는 두 분의 모습이 저에게는 큰 의미와 울림이 됐습니다. 저의 신앙도 조금씩 성장했고, 지금껏 공부한 것으로 주님께 무언가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정적으로 카이스트 동기 중에서 가장 뛰어났던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때 ‘영원한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날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신학 역시 방대한 학문이기에 ‘과학을 포기하지 않은 사제’가 되기 위해 지난 2015년 사제품을 받기까지 하루 3~4시간만 자면서 공부해야 했다. 덕분에 그에게는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신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과학의 한계처럼 신앙적인 완벽도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국내에 과학자였던 사제들은 있지만, 현직인 사람은 저뿐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죠. 농담으로 ‘과학자와 신부 사이에 낀 박쥐 같다’(웃음)고 말하곤 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지금까지 쓴 책에서도 결국 ‘하느님은 계시고, 가톨릭교회에서 사도신경을 통해 고백한 모든 내용은 진리’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신자분들의 생활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걸 바란 것도 제 욕심이지 않을까…. 그저 사제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평범한 본당 신부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웃음)”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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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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