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안중근의 고백(go back)’이 10월 서울 초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연극협회(지도 유환민 신부)가 주최 및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초대 조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와 그 주변인들에 대한 기억을 빌렘 신부의 눈으로 좇는다. 빌렘(1860~1938,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는 안중근에게 세례성사를 베풀고, 뤼순 감옥에 있는 그를 찾아가 마지막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준 사제다.
민복기(안드레아) 연출은 “최근 몇 년간 ‘안중근’을 다룬 작품이 많아서 고민했는데, 그분의 영웅적인 면모나 업적보다는 갈등도 많고 고민도 많은 한 인간의 이야기, 또 자신이 직접 세례성사를 줬던 안중근의 죽음 앞에 선 빌렘 신부의 고뇌를 풀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당시 프랑스 선교사들은 세계정세에 따라 일본 제국주의를 인정하며 조선 신자들의 민족 운동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것이 조선 천주교회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뤼순 감옥에 갇힌 안 의사가 조선 교회에 사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을 때, 조선대목구장 뮈텔(1854~1933, 파리외방전교회) 주교가 이를 거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백(go back)’이라는 제목 역시 당시 인물들 저마다의 고백과 함께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의 입장이 된다면 어떨까, 미래 세대에게도 화두를 던지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뮈텔 주교의 허락 없이 안 의사를 만난 빌렘 신부는 60일간 성무집행 정지 처분을 받는다. 뮈텔 주교와 빌렘 신부는 무대 위에서 재판관과 피고가 되어 이 과정을 펼쳐 보이며, 안중근의 일대기와 시대상을 액자식 구성으로 담아낸다. 모태 신앙인 민 연출은 이를 다시 14처를 의미하는 14개 장면으로 나누고, 장면마다 성별과 연령대가 다른 14명의 배우가 안중근으로 분하도록 설계했다.
민 연출은 “예수님도 하느님 세상의 완성을 위해 스스로 십자가형에 처하신 것처럼 안중근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니 십자가의 길 14처를 가는 것처럼 버무리면 어떨까 싶었다”며 “한편으로 배우들이 무의미하게 소비되지 않도록 이번 공연에서는 여배우도, 나이 지긋한 배우도 안중근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추모와 존경은 물론, 2010년부터 서울대교구에서 추진 중인 안중근 의사 시복에 새로운 힘을 싣고자 하는 지향을 담은 이번 공연은 서울국립극장 달오름(10월 6일 오후 7시 30분, 7~8일 오후 3시, 7시)을 시작으로, 13~14일 부산가톨릭대학교, 15일 울산 현대예술관, 27~29일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 드망즈홀, 11월 4일 안동 경북도청 동락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 공연 티켓은 국립극장 홈페이지, 서울가톨릭연극협회(010-4283-2586) 등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가톨릭 신자의 경우 네이버 폼(https://naver.me/5iplyqRB)에서 S석에 한해 5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