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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30)1947 보스톤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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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찌 주님의 노래를 남의 나라 땅에서 부를 수 있으랴? 예루살렘아,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리리라.(시편 137,4-5)

9월 27일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은 1947년 제51회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서윤복 선수와 손기정 감독, 남승룡 코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손기정 선수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해 단상에 오르지만, 가슴에 걸린 일장기를 가리고 고개 숙인 모습에서 시작한다. 손기정은 이로 인해 일본의 탄압을 받아 선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광복 이후 조국은 독립했지만, 손기정의 우승 기록은 일본에 귀속되어 다가오는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이 없게 된다. 국제 대회 참가 이력이 필요한 때에 보스톤 마라톤 대회 참가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어야 했다.

상황은 암울했다. 손기정 선수는 선수 자격 박탈 이후 폐인처럼 살고 있고, 손기정 선수와 함께 마라톤을 했던 남승룡 코치가 혼자 후배들을 지도하지만, 역량이 뛰어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때 돈을 벌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나와 우승을 한 서윤복을 알게 된다. 남승룡 코치가 그를 다독여 마라톤 선수로 영입하게 되고, 손기정도 감독으로 보스톤 마라톤 대회 준비에 합류하게 된다.

보스톤 마라톤 대회 참가에 필요한 고액의 비용도 국민들의 십시일반 성금으로 해결하고, 드디어 세 사람은 보스톤으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해 대회 등록을 하려다 태극마크 대신 미국 성조기를 달고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군정 치하에서 독립된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때 손기정과 서윤복이 갈등한다. 어떤 국기를 달던 마라톤만 잘하면 된다는 서윤복과 태극마크를 꼭 달고 뛰어야 한다는 손기정.

손기정은 자신의 이름 대신 ‘손 키테이’라는 일본 이름과 일장기를 달고 뛴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독립된 대한민국의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하며 서윤복을 설득한다. 어렵게 세 사람의 호소가 받아지고 드디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대회에 참가한다.

신앙인으로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리는 보편 교회 신앙인과 한국인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살아간다. 마라톤만 잘하면 된다는 서윤복의 말처럼 신앙생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누리는 신앙의 자유는 국가의 보호를 전제로 한다. 자주적인 국가로서 모든 국민을 보호하면서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지지와 비판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국가가 부여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믿음과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신앙인의 태도일 것이다.

9월 27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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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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