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환자에게 이런 절친 있다면
친구의 두 딸 돌보고 집안일 맡아 준 헌신적 우정
영화 ‘아워 프렌드’는 미국 에스콰이어 매거진에 공개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맷 티구’의 실화 에세이 ‘더 프렌드(The Friend)’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두 딸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니콜’(다코다 존슨)과 ‘맷’(케이시 애플렉) 부부. 영화는 니콜의 말기암 선고를 마주한 부부가 아직 어린 딸들에게 엄마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아픔보다 투병으로 달라지는 엄마의 모습을 낯설어할 어린 딸들을 염려하는 니콜을 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의 사랑과 강인함을 엿본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그린 영화들은 일반적으로 떠나는 이와 남겨지는 가족들이 겪어야 할 충격과 절망감을 그리는데, 니콜은 죽음을 우울하게 기다리기보다 일상생활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해보고 싶은 것들을 버킷리스트로 만든다.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은 슬프지만,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니콜은 하루하루를 기쁘게 보낸다. 이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주고 집안일을 맡아 준 부부의 오랜 절친 ‘데인’(제이슨 세걸)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니콜의 투병생활로 가족의 삶은 뒤죽박죽이 되고 저널리스트인 남편 맷도 자신의 일을 줄여가며 가족을 돌보려 하지만, 점점 물리적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이 영화가 시한부 인생을 다룬 영화들과 다른 점은, 이 상황에서 자신의 일을 뒤로하고 친구 가족을 돕기 위해 찾아오는 데인의 존재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친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주저하지 않고 나서는 데인의 헌신적인 우정은 큰 감동을 준다.
맷 가족이 실제 살았던 앨라배마주와 유타주에서 촬영하여 현장감을 살리는 등 사실적인 표현을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만나면 헤어지고 태어나면 죽는 것이 삶의 이치이지만,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슬픔은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실 것을 믿으며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 사랑을 실천하면서, 영원한 생명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위령 성월을 맞이하여 우리도 언젠가 결국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며 사랑과 자비가 가득한 천국에서 미리 가신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연옥영혼, 특히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위하여 기도해야겠다.
이 영화를 보며 “과연 우리는 영화 속 ‘데인’과 같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되물으며 이런 친구들이 있는 사회는 따뜻하고 건강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
11월 22일 극장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