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은 기후 위기 문제에 있어서는 교회 가르침과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의사조력자살이나 적극적 안락사에 관해서는 교회와 크게 다른 입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7~9월 만 18세 이상 1만 5303명(9070가구)을 대상으로 인권 의식, 인권 침해와 차별 경험 등을 조사한 ‘2023 인권의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후 위기가 대체로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78.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별로 심각하지 않거나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은 20.1에 그쳤다. 또 취약 계층에 기후 위기가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46.5가 동의했고, 취약 계층 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심각하다는 의견은 46.4로 나타났다. 다만 심각하다고 여기는 비율 자체는 2022년 89.1에 비해 10가량 떨어졌다.
국민들의 이런 생각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류와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봄을 위해 반포한 회칙 「찬미 받으소서」 이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과 대체로 부합한다.
반면, 의사조력자살과 적극적 안락사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각각 68.2, 73가 찬성하면서, 교회가 생명 가르침에 따라 적극 반대하는 두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생각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법 관련 조항 동일 적용에 대해서는 84.7, 기업에 인권 존중 및 구제 법적 의무 부여에 대해서는 87.5가 찬성하는 등 차별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헌법재판소의 형법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 있는 안전한 임신의 유지 및 종결 법안 제정에 대해서는 83.5가 찬성했다.
이밖에 “지난 1년간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0.8로, 2022년보다 6.5p 증가했다. 특히 차별한 사람이 가족, 친인척 외에 아는 사람이었다는 답변이 71로, 전년 대비 18.7p 증가해 주변 사람을 통해 차별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권 침해나 차별을 받는 취약집단(복수응답)으로는 경제적 빈곤층(17.6)을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은 장애인(16.5), 노인(10.8), 학력·학벌이 낮은 사람(8.6) 순이었다.
인권 침해나 차별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은 경찰·검찰 조사나 수사를 받을 때라는 응답이 19.5로 가장 많았고, 보호시설(요양원, 장애인시설 등)에서 생활할 때(15.8), 직장생활(구직·취업 포함 11.7)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의식 실태조사는 2019년 첫 조사 이후 올해로 5번째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