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고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전문가인 인플루언서와 경험 있는 선배 부모의 답변을 거저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늘 불안하고 외롭습니다.”
햇살사목센터 조재연 신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을 이렇게 비유했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위원장 이성효 주교)가 2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코스트홀에서 개최한 2023년 정기 세미나 ‘가정 안에서 신앙 전수참 부모됨’에서다.
조 신부는 “교회가 부모들의 어려움을 감지하고 답을 찾아가는 데 적극 도와야 한다”며 “신앙 전수가 본당 주일학교의 일인 것처럼 잘못 굳어진 사목에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신부는 “세습종교의 형태를 탈피해, 가정 안에 가톨릭 문화를 만들고 다양한 가족 신앙예식을 실천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어린이·청소년과 그 가정을 환대하는 본당 문화를 만들며 가정의 발달 단계에 맞는 사목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정의 생애 주기에 따라 본당이 지지 그룹으로서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움 속에 가정 성화를 이뤄가는 가족의 체험도 이어졌다. 이재윤(안드레아)·최명환(아가타) 부부는 “우여곡절 속에 아이들을 키워내 모두 장가를 보내놓고도 지금도 여러 번 탯줄을 끊어야 하는 순간을 느낀다”며 “때론 조언하고 싶고, 맛있는 것을 나누고 싶고, 손주가 보고 싶지만, 그들이 원하는 사랑이 아니면 멈춰야 하는 때가 있음을 잊지 않고자 매번 깨어있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김태훈(바오로)·임세진(율리안나) 부부도 “어린 네 아들을 키우며 큰 소리 날 때도 많지만, 고통 속에 서로 일치하고 있음을 깨닫는다”며 “요즘은 고통이 올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로 여기며 산다”고 밝혔다. 특히 부모가 마음을 모아 극복해가는 과정 속에 신앙적으로 더욱 단단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한민택 신부는 “시대도 변하고, 가정의 형태도 변한 지금의 위기는 변하지 않는 신앙의 본질적 특수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인격을 향한 신뢰와 자발적 동의, 자유로운 의탁 등으로 신앙을 인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신부는 “교리교육이 아닌 ‘신앙 전수’라고 일컫는 이유는 삶의 방식으로써 신앙을 전하기 때문”이라며 “죄악과 싸우며 영적 투쟁을 하는 교회 안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 가도록 영원한 생명을 전수하자”고 격려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