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 숨 막히는 9시간
권력에 눈 먼 하나회·무능한 군 지휘부·참 군인 모습 등 생생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마태 26,52)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군사반란을 다룬 최초의 영화이다. 10.26 대통령 시해 사건이 일어나 최한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계엄을 선포하게 된다. 이때 육군참모총장 정상호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되고,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대통령 시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전두광은 보안사를 앞세워 모든 정보를 독식하고, 청와대 비밀금고의 9억 원을 유용하며 온갖 월권을 행사한다. 수도경비사령관에 친구인 노태건을 추천하다 정상호의 반발을 사게 되고, 정상호는 전두광, 노태건 같은 인물들을 좌천시키려 한다. 이때부터 전두광은 10.26 사건 현장에 있던 정상호를 의심하며 그를 끌어내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정상호는 전두광을 견제하기 위해 고지식하게 원칙을 지키는 교육참모부 차장 ‘이태신’을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이미 군 내부에는 하나회라는 사조직이 넓게 퍼진 상태였고, 전두광은 친구인 노태건과 하나회 군인들을 설득해 계엄사령관 체포 계획을 구체화한다. 드디어 12월 12일. 하나회 군인들은 경복궁에 주둔 중인 제30경비단으로 집결한다. 전두광의 생일잔치를 빌미로, 수도경비사령관, 육군특수전사령관, 육군 헌병감을 한곳에 묶어두고, 공관으로 사람을 보내 계엄사령관 정상호를 강제 연행하게 하고, 그 사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려 한다.
일사천리로 계획이 실행되는 듯하였으나 전두광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못하게 되고, 그 사이 이태신은 정상호의 납치 소식을 알게 되어 자신의 부대로 돌아간다. 김준형 육군 헌병감이 육군본부로 돌아가 국무총리 공관을 나오는 전두광을 체포하려고 하였으나, 도주에 성공한다. 전두광은 하나회를 통해 전방부대와 2공수여단을 수도로 출동시키면서 반란을 일으키고, 육군본부에 있던 장성들과 이태신은 진압군이 되어 이를 막으려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반란군의 승리로 사태는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숨 막히는 9시간 동안 권력에 눈이 먼 하나회와 국방장관을 비롯한 무능한 군 지휘부와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자신의 본분을 다한 소수의 군인들을 생생하게 그린다. 홀로 남은 이태신이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비록 쿠데타는 막지 못했지만 참 군인의 길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우리는 5.16 군사정변과 12.12 군사반란으로 이어진 군부독재를 민주화운동으로 극복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기억하면서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려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는 또 다른 이들의 행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11월 22일 극장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