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는 이승에 남겨진 딸이 걱정되어 죽은 지 3년 만에 하늘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내려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백반집을 운영하기 위해 시골로 돌아온 딸 ‘진주’(신민아)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딸이 자랑인 복자는 교수직을 내려놓고 백반집을 하는 딸을 보게 되어 상당히 당황해 한다. 진주는 엄마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을 접한 후 지난날 엄마에게 소홀했던 일들을 기억하며 죄책감에 힘들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 외삼촌 집에 맡기고 떠난 엄마에 대한 엇갈린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전할 방법이 없어 내가 죽어야 될 것 같다”는 진주의 대사는 그녀의 답답한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준 음식을 기억하며 엄마를 추억하는 진주의 모습은 가슴 뭉클하다. 엄마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억제하며 자연스럽게 되뇌는 배우 신민아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러워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진주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백반집을 지키지만, 복자는 그런 딸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휴가의 규칙을 어기고 하루 동안 딸과 함께 지내기로 결심한다. 살아있는 자와 직접 소통하면 생존의 기억이 모두 지워지는데도 불구하고 복자는 죽어서도 딸을 위해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음식과 함께 이 영화에서 모녀의 관계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음악이다. 딸에게 전화를 해도 통화가 잘되지 않아 컬러링 곡인 노라 존스의‘Don’t know why’를 더 많이 듣게 된다. 팝송의 가사를 모두 기억할 정도여서 엄마의 노트에 ‘돈노와이’라고 서투른 글씨로 적어놓은 가사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갑작스런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진 연인을 위해, 영혼이 되어 찾아오는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의 ‘사랑과 영혼’(Ghost, 1990년)과 같이 이별에 대한 애틋함을 보여주는 소재는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꾸준히 인기가 있다. 떠난 이와의 소통을 위해 엄마의 레시피가 매개가 되는 이 영화는 ‘기억’ 또한 중요한 키워드이다.
복자는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에게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게 부모이니 모두 잊으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이승에서의 자신의 기억을 모두 지우는 결심을 한다. “끝도 없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 마음은 통제가 안 된다”는 천국 가이드(강기영)의 대사와 같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이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후회의 마음을 걷어내는 진주와 같이, 우리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미리 깨닫는 은총을 구하며, 아기 예수님이 오심을 기쁘게 맞이해야겠다.
12월 6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