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꿈은 빛이 되어 나를 이끌고 있는가? 이 꿈이 이루어지면 나도 세상도 환해질까?
어떤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소중한 꿈을 잃어버린 남자는 사람들이 꿈이 깨어져 상처받지 않도록 열심히 연구한 덕에 꿈을 이루어주는 마법을 얻는다. 그가 세운 소왕국 ‘로사스’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의 꿈을 왕이 된 그 남자에게 바치고 그가 그것을 이루어주기를 희망하며 살아간다. 점차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오직 왕이 이루어주기만을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엄마와 사는 총명한 ‘아샤’는 사랑하는 ‘로사스’에 도움이 되기 위해 존경하는 그 남자, ‘매그니피코 왕’을 찾아간다. 그의 비서가 되어 더 많은 이의 꿈을 이루어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어느새 왕은 권력에 매료되어 사람들의 꿈을 관리하고 있었다. 자기에게 이로운 꿈은 이루어주지만, 미래의 세계에 영향을 미칠, 스스로 행복해질 꿈은 이루어주지 않는다. 왕의 계략을 알게 된 ‘아샤’는 모든 이에게 그들의 꿈을 돌려주기를 바라며,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하늘을 보며 꿈꾸었던 나무로 올라가 간절히 노래한다. 그 바람 덕분일까, 무한한 힘을 가진 작고 예쁜 별이 내려오면서 아샤는 친구들과 함께 왕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어른에서 아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으로 또 하나의 고향을 가지게 했던 디즈니에서는 100주년 기념작으로 ‘위시’를 내놓았다. 조그맣고 하얀 얼굴의 금발 소녀였던 주인공들은 백인 아빠와 흑인 엄마로 인해 검은 머리 검은 얼굴을 가진 ‘아샤’로, 선하거나 악하거나 단면적이었던 인간은 선한 의지로 시작했지만, 권력의 힘에 빠져 점점 악해져 가는 ‘매그니피코 왕’ 같이 상황에 의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모두가 자신의 별을 지닌 스타로 누군가가 나의 꿈을 이루어주기를 바라기보다 스스로 노력하여 빛을 밝히는 세상, 나 자신이 되는 세상을 꿈꾸자는 아샤의 노래가 싱그럽다. 화려한 색채와 다양한 볼거리에 이 시대의 가치를 버무린 기분 좋은 영화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메리 포핀스, 곰돌이 푸, 주토피아, 겨울왕국 등 어린이,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어른인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은 어느 계층만의 점유물로 볼 수 없다.
현실이 여기저기 전쟁으로 깨지고 기후 폭설로 여름 겨울이 뒤엉켜 있어 힘겹지만, 어른인 우리도 가슴에 예쁜 등불, 꿈을 가지고 있는 귀한 존재로 스스로 깨어나고 행복해지도록 한 걸음씩 걸어야 하지 않을까.
“나 이렇게 소원을 빌어. 지금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우리” 아샤의 노래처럼, 아샤의 할아버지가 가진 소박하나 주변에 기쁨을 주는 꿈처럼, 자신도 살고 이웃도 살리는 꿈을 꾸며 서로의 손을 잡고 싶다. 현실에 상응하는 꿈만이 아니라 오시는 아기 예수님처럼 믿는 모두를 구원하고 싶다는 아주 큰 꿈에 나의 꿈을 얹고 가고 싶다.
1월 3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