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이 선언된 2023년은 대중들의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따지며 이를 외면한 사람들로 인해 지구가 고통을 겪은 해이기도 하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했다. 우리 앞바다의 오염을 막고자 거리로 나온 어민들과 종교·환경단체에게는 ‘괴담선동’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찬미받으소서」 후속 문헌인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발표했다. 기후위기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교황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항상 있다”며 포기하지 말고 힘을 모을 것을 강조했다. 9월 기후정의행진에서는 어린이들이 “지구가 아파요, 일회용품을 쓰지 말아요”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얼마 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 시행을 철회했다.
나 자신을, 내가 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외로운 싸움이었던 2023년을 보내고 새해가 밝았다. 묵은해를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2024년, 우리는 지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 1.5℃를 지켜라
지구 기온 상승폭 1.5℃는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자들이 제시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국제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무색하게 우리는 매년 달라진 지구를 경험하고 있다. 점점 녹고 있는 빙하는 해수면을 상승시켰고, 그곳에 살았던 바다생물들을 사라지게 했다. 파도가 조금씩 모래를 쓸어간 결과 드넓게 펼쳐졌던 해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산에서는 꿀벌들이 사라졌다. 2022년 기준 사라진 벌들은 176억 마리. 여러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고온현상으로 이른 꿀채집에 나선 벌들이 일교차로 인해 동사했다는 추론이 유력하다. 꿀벌 소멸로 화분매개가 어려워진 농가들은 작물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날씨가 변한 탓에 양봉업자들은 꿀벌채집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겨울이 예전만큼 춥지 않고 짧아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변화를 만들고 있었다.
기성세대들이 환경문제에 무관심한 사이, 지구에서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5살이었던 2018년 환경운동을 시작한 그레타 툰베리를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트렌드가 ‘엠제코’(MZEco)의 등장이다. MZ세대와 에코(ECO)의 합성어로, 환경을 중요 가치관으로 삼아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MZ세대를 가리킨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MZ세대의 88.5는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90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우리에겐 어른이 될 시간이 없다’, ‘기성세대가 망친 미래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 2023년, 후퇴한 환경정책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환경 정책은 후퇴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결정에 당시 한국 정부의 외교부 장관은 “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5.4가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었고, 지난해 8월 일본은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2022년 일본산농수축산물 방사능오염실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 현 수산물의 세슘 검출률은 5.83로 수입 허용 지역 0.83보다 약 7배 높게 나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영향이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인근 현에도 여전히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한 해에만도 일본산 전체 식품 중 11.5에서 세슘이 검출됐다고 환경운동연합은 밝혔다.
이에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은 지난해 9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8개 지역 외에 일본의 전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을 철회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환경부는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갑작스런 일회용품 규제 철회는 환경부가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아닌 죽이는 길을 택한 것이며 환경파괴부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하느님을 찬미하여라」가 전한 해법
지난해 교회가 생태환경 분야에서 집중했던 이슈는 11월 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회의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자원과 재생에너지 사용, 화석연료 폐지, 생태적 생활로 이끄는 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OP28에서 참가국들은 ‘전 지구적 이행점검 합의’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또한 전 세계는 기후위기의 주원인을 ‘화석연료’로 공식 지목하고,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에 합의했다. 양측 입장을 절충해 ‘벗어나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란 표현을 합의문에 담았지만 ‘화석연료의 퇴출’을 명확히 규정하진 못한 것이다.
COP28에 참석한 교황청립 과학원 요아킴 폰 브라운 원장은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총회 현장에 전한 메시지를 통해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와 관련된 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청한 것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COP28이 열리기 한 달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찬미받으소서」 후속 문헌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발표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무너지고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국제적 기후위기’, ‘증대되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 ‘국제 정책의 빈약성’, ‘기후 회의: 진전과 실패’, ‘두바이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영적인 동기부여’를 주제로 문헌을 이어나간 교황은 마지막 장에서 가톨릭신자들이 찾아야 할 영적인 동기를 언급했다. 신앙의 빛을 따라 친교 안에서 책임감을 지니고 걸어가는 것이다.
교황은 “덜 오염시키고 쓰레기를 줄이며 현명하게 소비하려는 가정들의 노력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71항)며 “우리는 서구의 방식과 연관된 무책임한 생활양식을 폭넓게 변화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72항)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