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제 표정이나 몸짓도 신경 써야 하는데, 라디오는 그런 부분을 내려놓고 좀 더 자유롭게 청취자들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아주 매력적이에요.”
가톨릭평화방송 TV ‘중세 라이브’ 시리즈로 유쾌한 매력을 선보였던 이영준(모이세,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부가 지난해 가을 개편 이후 평일 낮(12:15~14:00)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연출 김태경, 이하 신신우신)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에 앞서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 들렀다. 마이크 앞에 앉은 지 두 달 남짓이라고 하기엔 꽤 자연스러운 진행과 무엇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웃음소리가 인상적이다. 그는 탁월한 진행력과 재치로 청취자들과 밝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적응해 가는 중입니다. 방송 녹음본을 들으며 전달력이나 부적절한 언어 사용 등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지금 감기로 목소리가 좋지 않은데, 라디오는 매일 진행하니까 이런 것도 조심해야 하더라고요. 선배 아나운서들에게 비법을 전수받고 있습니다.(웃음)”
베테랑 진행자들도 항상 긴장하는 생방송. 특히 라디오 프로그램은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와 불특정 주제로 대화하는 만큼 진행자의 역량이 타인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순발력 부분이 가장 어려워요. 다른 종교를 가진 분과 전화 연결이 된 적도 있는데, 청취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질문을 끌어내는 것도 어렵고, 다양한 사연에 공감을 먼저 해야 하는데,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더라고요. 저의 밑천이 다 바닥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어릴 때 좋아했던 DJ 분들이 했던 말은 누군가 써준 게 아니라, 그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고 나머지는 진행자의 역량으로 채우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공부도 많이 하고 새로운 경험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힘들다기보다 재밌는 도전으로 여겨진다. 무언가 해낼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깨닫는가 하면 부족한 부분을 하느님께 청하는 겸손함도 배운다. 무엇보다 청취자와 직접 호흡하는 즐거움 또한 큰 선물이다.
“도배를 하는 분과 전화 연결이 됐는데, 신신우신을 매우 좋아한다며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저희 제작진이 놀랄 정도로. 어찌나 신나게 인터뷰하시는지 제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과연 이영준 신부, 아니 ‘모디(모이세 DJ)’가 꾸려가고 싶은 ‘신신우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 답에서 인터뷰에 앞서 스튜디오에서 들은 쉼 없는 웃음소리의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다양한 주제와 문화가 있지만, 신신우신만은 밝고 좋은 하느님의 이야기로 잘 뻗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생각해요. 재밌는 사람, 재밌는 일, 재밌는 관계. 진지하고 좋은 이야기를 전하는 신부님은 굉장히 많은데, 진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좋은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신부님은 적어요. 그런 차원에서 하느님이 제게 주신 센스로,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새해가 밝았는데, 똑같은 세상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게 종교의 힘이고 영성적인 힘이라고 봅니다. 그게 힘들 때 발을 옮기도록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 기도이고요. 복음의 사도들이 기쁜 소식을 전달한 것처럼 신신우신이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