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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44) 괴물

누가 괴물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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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문구를 읊조리며 시작되는 영화 ‘괴물’은 하나의 사건을 세 개의 관점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당한 아이의 엄마와 학생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교사, 친구를 괴롭힌 아이로 나누어 사건의 전모를 보여주는데, 잘 짜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사건의 퍼즐을 맞추게 된다.

첫 번째는 담임교사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아들 일을 밝히기 위해 학교를 찾아가는 엄마 사유리의 시점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규정과 절차를 앞세워 형식적인 사과만 하며 조용히 일을 무마하려는 학교 관계자들의 안이한 태도에 분노한다. 아들의 미심쩍은 행동을 수상히 여긴 엄마의 질문에 순간 모면을 위한 아들의 거짓말이 담임교사를 가해자로 보게 되는 엄마의 입장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 담임 호리 선생의 관점에서는 사건의 많은 부분이 오해였음이 드러난다. 주인공 미나토(구로카와 소야)의 돌발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상황이 오해를 부른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세 번째 미나토의 관점에서 제대로 드러나는데, 하나하나의 사실이 각자의 시선과 편견에 따라 다르게 생각되고 착각할 수 있다는 진실의 왜곡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미스터리 형식의 이 영화는 세 명의 중심인물 이외에 미나토의 같은 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와 교장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입체화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요리는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어넘기고, 입버릇처럼 ‘돼지의 뇌를 가진 놈’이라는 말을 들어도 스스로도 그렇다고 믿는 독특한 캐릭터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일상에 익숙해져 자포자기하는 요리의 모습은 매우 안타깝다. 아역 배우에 대한 탁월한 연기연출로 정평이 난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아역 배우들뿐 아니라 연기력이 뛰어난 안도 사쿠라(엄마 역)와,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위선적인 삶을 사는 교장 역의 다나카 유코의 캐스팅으로 영화의 진가를 살린다. 또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은 후반부 아이들의 자유로운 감성을 판타지 세계로 안내하며 영화의 격을 높인다.

결말 부분에서 미나토는 폭풍우를 피해 요리와 함께 안전한 자신들의 아지트로 향한다. 그동안 자신도 왕따 당할 것을 우려해 모른 척하고 도와주지 않았던 미나토가 망설임 없이 요리에게 손을 내민다. 그곳에서 동성애적 감성 때문에 순간 두려움을 느끼는 또 다른 반전을 보여주지만, 햇살을 향해 뛰어가는 요리와 미나토의 활기찬 모습은 친구와 함께 나아가는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갑진년 새해를 맞이해 우리도 세상의 어둠과 구별되는 빛으로,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 아니다”라는 교장의 대사와 같이 서로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는 신앙인이 되길 기원해 본다.

2023년 11월 29일 극장 개봉

 
비비안나 / 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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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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