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르네상스 거장 작품 한자리에
3대 목판화·4대 동판화 등 선보여
대다수 작품 성경 내용 묘사 친숙
문자로 적힌 성경의 주요 내용을 판화를 통해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로 ‘문자와 삽화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 지난해 여름 인천 송도에 개관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기획특별전이다. 16세기 독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rer, 1471~1528)의 3대 목판화와 4대 동판화 등 5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로, 모두 독일 슈바인푸르트의 오토쉐퍼박물관에서 빌려왔다.
3대 목판화는 각각 ‘성모 마리아의 생애’, ‘대수난’, ‘요한 묵시록’, 4대 동판화는 ‘아담과 하와’, ‘기마병’, ‘서재의 성 예로니모’, ‘멜랑콜리아Ⅰ’이다. 이들 작품이 국내에 한꺼번에 소개되는 것은 1996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27년 만이다. 판화는 여러 장 찍어낼 수 있는데, 이번에 소개되는 3대 목판화는 모두 초판본이다.
‘성모 마리아의 생애’는 성모 마리아의 탄생부터 영면의 과정을 묘사한 20점의 목판화 연작이다. ‘대수난’은 예수가 고통받는 모습을 담은 12점의 연작이며,‘요한 묵시록’ 15점에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천국의 도래 등을 표현했다.
‘아담과 하와’는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가 뱀의 형상을 한 마귀로부터 선악과를 받아들면서 원죄를 짓기 직전의 성경 구절을 옮겼다. 예로니모 성인이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서재의 성 예로니모’도 눈에 띈다.
대다수 작품이 성경의 내용을 묘사하고 있는 만큼 그리스도교인에게는 더욱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경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
‘마리아의 약혼’을 보면 건축 양식이나 예복이 이스라엘이 아니라, 뒤러의 고향인 뉘른베르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님 탄생 예고’ 하단에 작게 그려진 악마를 상징하는 용은 성경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성장해 ‘요한 묵시록’에서는 거대한 용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진희 학예사는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뒤러 이전에도 글의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삽화와 판화는 존재했지만, 뒤러는 의뢰인의 요청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녹여냄으로써 삽화를 판화라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승화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스스로 장인이 아니라 아티스트로 도약함과 동시에 문자의 보조 역할을 하던 이미지를 개별적인 의미 전달 매체로 끌어올린 셈이다. 이러한 자의식을 반영하듯 수많은 자화상을 남긴 뒤러는 그를 상징하는 이니셜 ‘AD’를 작품마다 다양한 형태로 각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뒤러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3월 31일까지 설날 당일과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18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문의 : 032-290-2000, 국립세계문자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