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개가 사람을 울릴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냥 로봇과 개가 나오는, 약간의 감동이 섞인 흔히 봐오던 애니메이션이려니 했다. 하지만 영화관 불이 꺼지고 주인공 ‘도그’와 ‘로봇’의 이야기가 흐르자, 지금까지 봐왔던 여느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확연해졌다.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개와 로봇으로 표상되는 우리의 이야기이며,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감히 말하겠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도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도그와 로봇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조금씩 친숙해지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다. 외모도 성격도 취향도 다 다르지만, 점차 서로에게 스며들어 가는 도그와 로봇의 모습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의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인생이 알 수 없는 바람을 타듯, 이별의 순간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잠시 일광욕을 했는데, 로봇이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도그는 로봇을 데려가려고 하지만 로봇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로봇을 해변에 두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는 꼭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하지만 도그의 시도들은 모두 실패하고, 둘은 떨어져 있으며 서로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얄궂게도 그들이 떨어져 있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다. 도그와 로봇의 표정, 단발적인 의성어들로도 그들의 감정이나 상황이 충분히 전달된다. 그리고 도그와 로봇의 곁을 지나쳐가는 주변 인물들이 빚어내는 에피소드들이 끼어들며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그들의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물이나 로봇이 나오는 영화들에서 봐왔던 감동적인 재회의 순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도그와 로봇은 잠깐 먼발치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뿐이다. 로봇은 도그와의 재회를 그토록 꿈꿔왔지만, 도그를 발견했을 때 쉽게 다가갈 수 없다. 도그 역시 그러하다. 그들은 함께 즐겨듣던 음악에 맞춰 서로 다른 곳에서 춤을 춘다.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 장면은 가장 슬프면서도 가장 감동적인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가슴 저미는 이별의 순간을 지나온 사람은 들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살며시 건네는 지난 인연에 대한 위로의 말을. 지금 옆에 없을지라도 사랑은 우리 안에 남아 있기에,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기에, 지나간 인연들에 감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왜 이 영화가 그렇게도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랑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작가 사라 바론이 쓴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콜로 3,14)
3월 13일 극장 개봉
서빈 미카엘라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극작가,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