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요한 수난곡’ ‘마태오 수난곡’
그리스도 수난과 십자가 죽음 묘사
바로크 음악 총망라한 오라토리오
다음 달 ‘마태오 수난곡’ 국내 공연
대규모 합창단·오케스트라 무대에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롯데콘서트홀 제공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 롯데콘서트홀 제공
사순 시기, 교회는 ‘수난곡(Passion)’을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묘사했다. 이 수난곡 가운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요한 수난곡’과 ‘마태오 수난곡’은 종교를 떠나 바로크 음악의 모든 형식을 총망라한 대작으로 손꼽히는 오라토리오다.
이들 곡은 루터교 신자였던 바흐가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1723년부터 1750년까지 칸토르(성가대 지휘자 겸 음악감독)로 재직하던 초기에 완성했다. ‘요한 수난곡’은 1724년에 작곡해 그해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마태오 수난곡’은 1727년에 완성해 2년 뒤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초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한 수난곡’과 ‘마태오 수난곡’은 각각 요한 복음서와 마태오 복음서에 성가 가사와 자유 가사 등이 더해졌다.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독창·합창·관현악이 모두 등장하지만, 별도의 무대연출이 없고 성악가도 따로 연기하지 않는다. 오페라에 비해 합창의 비중이 더 크고, 합창과 아리아 사이에 줄거리를 해설하는 복음사가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야기는 성경을 노래하는 복음사가의 레치타티보(Recitativo, 낭독하듯 노래하는 방식)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아리아와 합창이 교차로 주요 인물이나 군중의 상태를 묘사한다.
이들 수난곡의 일부 곡은 가톨릭 미사에서도 자주 불려진다. 가톨릭 성가 116번 ‘주 예수 바라보라’는 ‘마태오 수난곡’에서, 75번 ‘주 그리스도 우리 왕’은 ‘요한 수난곡’에서, 169번 ‘사랑의 성사’는 두 수난곡 모두에서 가져왔다. 각각의 성가를 보면 원곡자가 한스 레오 해슬러, 멜히오르 테쉬너 등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바흐가 차용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콘트라팍툼’(Contrafactum)이라고, 자신의 곡이 아니더라도 다른 가사를 붙여 사용하기도 했다.
연주에만 3시간이 소요되는 ‘마태오 수난곡’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4월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5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7일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바흐 서거 이후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던 ‘마태오 수난곡’은 1829년 스무 살의 청년 멘델스존이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무대에 올리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태오 수난곡’은 이중합창 구조로 지휘자 양쪽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각각 자리해 곡의 입체감과 극적 효과를 높인다. 이번 무대에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원전 악기의 정수를 연주하며, 합창은 스위스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과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맡는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은 지난해에는 ‘마태오 수난곡’, 3월에는 ‘요한 수난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