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벗삼아 떠나는 50일간의 부활 여정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주님 부활 대축일이다.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50일간의 부활 시기, 십자가 사랑의 신비를 묵상하고, 구원과 희망을 길을 찾도록 친절한 등불이 되어주는 책들을 골라봤다.
저승에 가시어 / 사비노 키알라 / 명형진 신부 옮김 / 인천가톨릭대학교 출판부
그리스도교는 부활 신앙이다. 예수님의 탄생 못지않게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큰 사건이기에 교회는 파스카 성삼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을 통해 이를 기념한다.
그런데 예수님이 돌아가신 성금요일과 파스카 성야 사이에서 성토요일은 뭔가 슬쩍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다. 우리는 매주 사도신경을 암송하며 예수님께서 저승에 가심을 고백하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제대로 새기지 못한 경우가 있다. 심지어 ‘저승’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예수님이 사흘간 계셨던 곳인데도 말이다.
‘예수님이 가신 저승’에 대해 다양한 의미를 살펴본 「저승에 가시어」가 출간됐다. 2022년까지 이탈리아 보세 수도 공동체 원장을 역임한 성서학자 사비노 키알라가 쓰고,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가르치는 명형진(인천교구) 신부가 우리말로 옮겼다.
책은 성경과 전승 속에서 ‘예수님의 저승에 가심’이 어떻게 기술되었는지를 추적하고, 이를 통해 교의적인 의미를 밝힌다.
“그리스도께서는 저승에 내려가심으로써 인간의 고통과 함께하십니다. 또한 그분께서는 저승에서 벗어나 그곳을 비우심으로써 온갖 악과 죽음의 끈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저승에 가신 이유입니다.”(100쪽)
역자인 명형진 신부는 “(예수님은) 죽음과 부활 사이에서 저승에 가심으로써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너머의 영원한 삶을 엮어주신다”며 “이렇게 예수님은 우리와 ‘죽음 안에서만’ 함께하시고자 하신 것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서고자’ 하셨기에 우리에게 구원과 희망의 길을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성령의 이끄심 그 길을 가다 / 최종훈 신부 / 성서와함께
“우리의 생각과 선택의 이유가 그리스도이며, 그분이 보여 주신 사랑으로 행동할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울 수 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갈라 2,20)이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내가 곧 그리스도가 되어 살아갈 때, 자유와 사랑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174쪽)
사도행전은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한 책’이다. 그 행적을 통해 초대 교회가 형성되고 성장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광주대교구 최종훈 신부는 「성령의 이끄심 그 길을 가다」를 통해 이 이야기를 우리 삶의 이정표로 삼자고 제안한다. 사도들 역시 삶의 여정에서 우리처럼 후회와 절망에 맞닥뜨리고,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삶을 살았음을 강조한다.
사도행전이 루카의 두 번째 책인 만큼 저자는 1장에서 루카 복음서와의 연관성을 먼저 설명한다. 이어 본격적으로 사도행전을 살펴본다. 성령을 통해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탄생하며 공동체를 이룬 모습과 사도들이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사도 1,8)이라는 말씀에 따라 복음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모습을 전한다. 또 성령께서 어떻게 이끌어주셨는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에 대해 묵상하도록 안내한다.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강조하는 점은 ‘사도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훈 신부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에서 성서신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에서 성서신학을 공부했다. 현재 가톨릭목포성지에서 사목하고 있다.
미사, 이렇게 하니 좋네요 / 김혜종 신부 / 바오로딸
“부활은 죽음을 이긴 ‘사랑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 삶의 모든 것을 뒤흔드는 죽음의 어둠 앞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통해 새로운 빛을 봅니다. 그리고 죽음 너머의 새로운 생명을 만납니다. (중략) 죽음이 모든 것을 허무로 만드는 어둠이라면, 그 어둠을 다시 허무로 만드는 것이 사랑의 빛인 부활입니다.”(199쪽)
「미사, 이렇게 하니 좋네요」는 전례와 미사의 영성적 의미를 풀이한 책이다. 입당, 참회 예식, 영성체, 강복과 파견 등 미사의 각 부분에 담긴 영성적인 의미를 교회 문헌을 바탕으로 우리 삶과 연결하여 살펴보는가 하면 제대.독서대.감실 등 전례 공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 ‘오늘’과 ‘주일’, 그리고 전례 주년에 따라 대림, 성탄, 사순, 파스카 성삼일, 부활, 연중 시기의 의미도 되짚는다.
저자 김혜종(춘천교구 포천본당 주임) 신부는 “전례 안에서, 특히 미사 안에서의 반복이 그저 단순한 되풀이가 아니라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지고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가 실현되는 거룩한 재현이며, ‘지금 여기서’ 그리고 ‘오늘’이라는 나의 시간 속에 이루어지는 거룩한 구원 사건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로마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춘천교구 전례자문위원,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고해성사의 일곱 가지 비밀 / 비니 플린 / 전경훈 옮김 / 성바오로
비슷한 죄를 계속해서 고백하며 마지못해 고해소에 가거나,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게 고해할 수 있는지 고민한 적이 있다면 「고해성사의 일곱 가지 비밀」은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고해성사의 목적을 꼽으라면 대부분 ‘용서’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 비니 플린은 ‘치유’를 언급한다. 「가톨릭교회교리서」에 근거해 ‘모든 성사의 목적은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푸시는 것이고 은총의 목적은 우리를 치유하고 거룩하게 하시는 것’이라 설명한다.
음악가이자 작가, 본당 세미나나 피정 등에서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죄와 용서를 제대로 인식하고, 고해성사에 대한 제한적이고 편협한 이해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경이로운 인격적 만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영성체할 때와 똑같은 열망과 설렘으로 고해성사를 기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리 영혼과 육체의 의사이시며, 중풍 병자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육체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교회가 성령의 힘으로 그 치유와 구원 활동을, 당신의 지체까지도 대상으로 하여, 계속해 주기를 바라셨다. 이것이 치유의 두 가지 성사, 곧 고해성사와 병자성사의 목적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421항)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