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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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53)여기는 아미코

천진하고 별난 아이의 슬픈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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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참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움츠려 들었다. 결국 아이는 가족으로부터 내쳐진다.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코뼈가 부러지도록 얻어맞는다. 유별나다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말일까, 감당이 어렵다는 말일까?

넘치는 활력과 호기심으로 학교에서 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천진한 아이, 아미코!

여기는 아미코, 여기는 아미코 응답하라, 응답하라?. 생일날 받은 고장 난 무전기로 아이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부른다. 가족들과 친구를 부르고 있지만, 대답은 없다.

아미코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는데 어른들은 자기들의 생각과 다른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무자비한 부모가 아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엄마 아빠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보는 눈이 없는 것인지, 보려고 안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분명 버거운 게다. 그러니 어른 방법으로 보라고 일반 상식대로 살라고 요구하고 또 요구한다. 아이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지, 엄마 얼굴의 커다란 점만 바라본다.

아이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 왜 잘못인지 모른다. 그러면 안 된다고만 하니 이해할 수가 없다. 모두가 너를 싫어한다는 친구의 말에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지만, 또래 아이는 답을 할 수가 없다. 인간의 사회화는 언제 일어나는 것일까, 아기 때부터 배워지는 것일까, 아미코는 아기 때 배우지 못한 것인가? 생각이 많다.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머물다가 부모는 아이를 속이며 밀어낸다. 외진 곳으로 밀려온 아이는 왜 그 속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면서 산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슬픔을 잊기 위한 것인지 바닷가를 찾아가 첨벙대며 논다. 그것은 노는 것인가, 그도 모르겠다. 지나가며 걱정스럽게 묻는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답한다. 괜찮다는 말이 그렇게 슬프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다. 아이는 그렇게 한 어른이 되어가겠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아이의 모습이 다시 생각난다. 짠하지만, 그 맑고 선함이 아이를 스스로 키울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웃음이 난다.

이 영화는 2023년 키네마준보 베스트 10에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타이베이영화제·런던아시아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로부터 호평받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관객들이 베스트로 뽑은 화제작이다.

아미코는 어린 시절 순수의 세계도 떠오르게 하고, 사회화된 교양있는 사회가 잃어버린 무언가도 엿보게 한다. 아미코에게 하고픈 말은 밀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 많이 슬퍼하지 말고, 어느 성경학자가 말하듯 하느님이 쓰신 두 권의 책, 성경과 자연 중에서 자연인 바다의 너른 품에서 맘껏 뛰놀며 지금처럼 괜찮다고 읊조리며 살라고 말하고 싶다.

그를 그로 볼 수 있는 자애로운 눈은 어떻게 가질까? 나도 살고 너도 살게 하는 맑은 눈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우리를 하나로 이끄시는 성령님의 지혜를 청해본다.
2월 28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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