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죽음을 통하여 그분의 육체로 여러분과 화해하시어, 여러분이 거룩하고 흠 없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콜로 1,22)
조한 렌크 감독의 ‘우주인’은 체코 최초의 우주비행사 ‘야쿠프 프로하스카’가 탐사선 얀후스 1호를 타고 목성 너머 초프라 구름으로 탐사를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구를 떠난 지 189일째 되는 날 그는 시청자들에게 곧 우주의 신비를 밝힐 수 있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늘 피곤한 상태였고, 큰 소음이 나는 장비를 수리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여기에 더해 아내와도 연락이 끊긴 상황이었다. 지구에 남아있는 아내 렌카는 야쿠프에게 헤어지자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우주에 홀로 남은 야쿠프의 심리 상태를 걱정한 관계자들이 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그녀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때 야쿠프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를 돕겠다는 낯선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 우주선 한쪽에서 거미와 흡사한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외계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지만, 야쿠프는 신속하게 우주선 내 오염 물질 제거를 진행하고 환상을 봤다고 생각한다. 잠시 후 외계인은 멀쩡하게 남아있고, 그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야쿠프는 외계인에게 ‘하누시’라는 이름을 붙인다. 하누시는 태양 가장자리 여행 중 인간에게 흥미를 느끼고 인간의 언어와 역사를 공부했다고 하면서 야쿠프의 외로움에 호기심을 느끼며 그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하누시는 야쿠프의 짝(아내) 렌카에 대해 묻는다. 그녀를 떠나있으면서 왜 그리워하는지? 그녀가 힘든 순간, 특히 첫째 아이의 유산 때 함께 있어달라는 렌카의 간절한 바람을 왜 외면했는지? 야쿠프는 말을 잇지 못하며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잘못된 편에 서서 나쁜 짓을 했다가 죽임을 당한 아버지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무의식이, 마지막 희생이라며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보다는 또 다른 곳으로 떠나도록 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하누시는 야쿠프가 아내와 진정 교감하지 못하고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를 가진 것에 실망하고 떠난다. 야쿠프는 그제서야 자신이 아내의 슬픔을 제대로 헤아리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음을 깨닫고, 그녀에게 어렵게 연락해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남긴다.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이 시기에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 하느님과의 완전한 화해를 누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진정한 화해를 가족과 이웃 안에서 용기를 내 실천할 때 진정한 주님의 평화와 기쁨이 더 깊고 넓게 자리할 것이다.
넷플릭스 공개
조용준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