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의 신간 「내 마음이 어때서」가 나왔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이기도 한 저자는 심리학의 렌즈로 우리 내면과 신앙 문제를 바라본다. 마음을 돌보는 데 믿음은 좋은 의지처지만, 그릇된 신앙이 괜스레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하고 오히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믿음은 작은 쪽배를 타고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의지를 가지게 해 준다. 그래서 믿음은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하는 것이다.”(13쪽)
“멀쩡한 사람을 종교적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복음 정신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 행위이다. 그런데 신도들은 그런 종교 지도자를 두려워하면서도 그 곁을 떠나질 못하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죄인으로 몰아붙이고 자학까지 하면서 살아간다. 종교 안에서 종종 나타나는 가스라이팅 현상이다.”(70쪽)
홍 신부는 특히 “신앙을 가진 이들이 때때로 삶의 시련을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할 ‘구원의 통과 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람들 각자가 처해 있는 마음의 문제를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 ‘욕망’이나 ‘욕구’ 등 지금껏 교회가 금기시하거나 ‘겸손’이나 ‘용서’처럼 신앙인이라는 이유로 어쩌면 잘못 강요받고 있는 개념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할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에 집중하도록 길을 터준다. 덕분에 믿음에 대한 그릇된 해석으로 쌓인 불편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속 시원한 위로를 얻는다.
“많은 종교인들이 욕망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욕망은 없애려 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욕망 자체가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중략)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욕망은 창조적인 힘이 된다.”(34쪽)
“내가 나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자존감이 살아난다. 이 자존감이 자기 가치감을 높여 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 주며, 무시당했다고 여기는 망상을 줄여 준다. 그런데 많은 종교들이 신자들의 자기 가치감을 떨어뜨리는 것을 겸손이라고 합리화해서 많은 신자들을 신경증적 질병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73쪽)
불혹에 처음 상담을 접하고 ‘나’를 더 알고 싶어 가톨릭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영성상담심리를 전공한 저자는 본지에 상담 칼럼을 기고했고, 다양한 강연과 저술 활동, 유튜브 채널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힘들 땐 전화해’ 등을 통해서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