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출신 도슨트 이세라(진이 아가타) 아츠인유 대표
기상캐스터 출신 미술도슨트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
취미삼아 받은 도슨트 교육
대학원 미술사 공부로 이어져
cpbc TV ‘바이블 갤러리’ 진행
“미술은 질문하게 하는 매개”
기상캐스터와 전시도슨트.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를 넘나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세라(진이 아가타) 아츠인유 대표다.
“학부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했고, 캐스터를 할 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 교육을 취미로 받았는데 재밌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미술 자체가 어려운데, 미술을 설명하는 언어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중을 대상으로 저만의 언어로 미술을 설명하고 싶었고,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는 미술사를 공부했어요.”
2020년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펴낸 이 대표는 이후 방송을 통해 미술 작가나 전시를 소개하고 관련 강연도 진행하는 등 줄곧 미술 쪽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 전의 오디오 가이드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뭉크미술관을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저는 특히 ‘자화상’을 유심히 보시라고 권하는데, 뭉크는 평생 200여 점의 자화상을 그렸어요. 그만큼 자기 탐구를 많이 했고, 어떻게 보면 삶에 대해 무척 고민했던 사람이에요. 평생 고독했고, 그 고독을 즐기는 것 같으면서도 괴로워하고, 곁에 누가 있길 바라면서도 막상 있으면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기질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고등학교 때 신자가 된 그녀는 미술을 통해 가톨릭과도 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일단 서양미술사에서 종교를 빼놓을 수 있을까. 자연스레 더 많은 그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고, 2020~2021년에는 cpbc TV ‘바이블 갤러리’를 통해 성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에서 ‘현대미술, 신앙을 말하다’와 6월 제2기 가톨릭미술해설사 입문 과정을 통해 ‘전달력을 높이는 스피치’ 강의를 진행하는 등 교회 안팎 미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초반에는 무조건 신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 미술의 본령이었다면, 현대로 올수록 작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동시대에 와서는 그런 모든 것이 깨진 것 같아요. 넓게 보면 미술의 그런 변화가 결국은 사람들이 종교나 신에게 갖는 시각적인, 태도적인 변화일 수도 있고요.”
그런 미술사의 흐름은 마치 그녀의 개인 신앙 변화와도 비슷했다. 의심 없던 신앙생활은 아마도 많은 신앙인이 경험했듯 나이가 더해지고 삶의 다양한 변주를 겪으며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도하면 다 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도가 잘못됐다는 것도 알게 됐고, 생각이 바뀌니까 시각도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선지 요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는 못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는 열심히 해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신의 자비와 은총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여러 생각이 들고 적절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라 오히려 신앙적으로 더 가깝지 못한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물음과 사유를 통해 미술적으로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스스로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저보다 미술을 더 잘 아시는 분이 많지만, 대중적인 언어로 좋은 작업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반면에 미술은 제가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생각이나 질문을 하게 만드는 매개이기도 해요. 그래서 아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앞으로도 소소하지만 때로는 엄청나게 큰 질문을 할 수 있는 미술 이야기를 하며 살고 싶어요.”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