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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에서 발견한 하느님께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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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전공한 최성준 신부
공자·노자 등의 동양 고전에서
그리스도교 핵심 주제 짚어내




가득 찼어도 텅 빈 듯이 / 최성준 신부 / 분도출판사



“자신이 성인이라 하여, 다른 사람보다 덕이 뛰어나거나 재주가 많다 하여 환하게 빛을 뿜어낸다면 일반인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밝은 빛으로 남을 눈부시게 어지럽히지 않고 적당히 빛을 낮추어 먼지나 티끌과도 같은 일반인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자신이 돋보이고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노자의 이 구절을 접하게 되면, 우리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하느님이시면서도 먼지와 같은 나약한 존재인 인간이 되어 오신 예수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23쪽)

“공자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핵심은 어진 마음, 즉 인(仁)입니다. (중략) 이것은 무조건 자기를 억누르고 억지로 예를 차리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안에 있는 원래의 선한 마음,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을 단단히 싸고 있는 껍질 같은 이기심을 극복하고 깨부수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누누이 당부하신 말씀과도 같습니다. ‘누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합니다.’(마태 16,24)(43쪽)

공자와 노자의 가르침에서 예수님 말씀을 되새기는 색다른 글은 사제품을 받은 뒤 베이징대학교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한 최성준(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신부가 엮은 책 「가득 찼어도 텅 빈 듯이」에 수록돼 있다. 공자와 노자뿐 아니라 맹자·장자·증자 등 우리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동양철학과 그리스도교 핵심 주제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동양 고전의 유명한 구절이나 고사성어, 성현들의 가르침에서 하느님께 향하는 길을 발견하고, 삶의 지혜와 생각의 폭을 넓히는 사색이 흥미롭다.

그런데 가톨릭 사제가 왜 중국철학을 전공했을까? 최 신부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누구에게 전하는가, 즉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선조들은 하느님과 예수님을 모른 채 5000년 이상 살았지만, 세상을 관장하는 절대자 하늘(天)을 생각했고, 지금도 한자 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말과 가치관·풍습 등에 있어 동양철학의 영향 속에서 자라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톨릭 사제로서 동양철학을 공부해 보니, 그리스도교 신앙을 모른 채 살아온 사람들도 나름 하느님을 향한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의 답을 같이 생각해보고 나누고자 이 글을 썼다”고 전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중국철학의 기본 개념을 소개했고, 2장에서는 사랑·기쁨·평화·인내 등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동양철학에서 이야기하는 덕목으로 해석한다. 3장은 여러 사상사가 말하는 마음에 대해, 4장은 이웃과의 관계·친교에 대해 다뤘고, 마지막 5장은 나와 이웃에서 더 나아가 생태 및 정치에 관한 성현들의 가르침을 모았다.

2023년부터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 사목하고 있는 최 신부는 월간 「빛」의 편집 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책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월간 「빛」에 연재했던 글을 엮은 것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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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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