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들의 강론이나 여러 글에서 교부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교부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가르치셨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7쪽)
상당수 신앙인이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교부(敎父)’의 사전적 의미는 ‘고대 교회에서 교의와 교회의 발달에 큰 공헌을 한, 종교상의 훌륭한 스승과 저술가들’이다. 성 클레멘스·성 바실리우스·성 암브로시우스·성 아우구스티누스 등 초세기부터 7세기까지 가톨릭교회의 주요 신학적 가르침을 정립한 이들을 연구하는 ‘교부학’이라는 학문이 따로 있을 정도지만, 대다수 평신도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이기도 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살펴보는 교부들의 발자취」는 신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이들도 교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수요 일반알현 때 성 베드로 광장이나 바오로 6세홀에 모인 신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리교육 원고를 모았다. 교황은 교부학 교과서의 접근 방식을 일정 부분 따르면서도 교부마다 핵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신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모든 교부를 소개하지는 않는다. 친숙한 성인부터 이름은 낯설지만 신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교부까지 35명의 생애와 저서·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며, 각 교부가 지닌 영성적·문화적·신학적 토양을 제시한다.
“철학자요 순교자인 성 유스티누스는 2세기 호교 교부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입니다. ‘호교론자들’이라는 용어는 이교도들과 히브리인들의 심각한 비판으로부터 새 종교, 즉 그리스도교를 옹호하고 동시대의 문화에 적합한 용어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확산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던 고대 그리스도교 저술가들을 의미합니다.”(24쪽)
“유창한 언변으로 크리소스토무스, 즉 ‘황금입(金口)’이라고도 불리는 안티오키아의 요한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그분의 작품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략) 그분의 작품으로는 17편의 논고와 700개 이상의 강론, 마태오 복음과 바오로 서한에 대한 주석, 그리고 241통의 서한이 우리에게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리우스주의, 곧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한 거부로 인해 야기된 신학적 논쟁의 시기에 전통적이고도 확실한 교회의 교의를 전해 주었습니다.”(120쪽)
“마지막으로 성 막시무스의 작품 중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문장으로 끝을 맺고자 합니다. ‘우리는 한 분이신 아드님을 성부와 성령과 함께 흠숭합니다. 시간의 이전처럼, 지금과 같이 그리고 온 세기 동안 그리고 시간 뒤에 시간 동안. 아멘!”(307쪽)
책을 번역한 서울대교구 변종찬(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부학 교수) 신부는 “교부들이 초기 가톨릭교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신 분들이라면, 그리스도에 대한 그분들의 증언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영성적 가르침과 함께 온갖 외압이나 박해 그리고 신학적 이단이라는 역사적 추이 속에서도 가톨릭 신앙을 온전하게 지켜낸 교부들의 뜨거움까지 망라했다”고 전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