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자 방학 기간이다. 아이와 부모가,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읽으며 각자의 눈높이에서 받아들이고 느낀 바를 실천할 수 있는 도서를 모아봤다.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질문에 전문가들이 답하다
하느님과 과학에 대한 101가지 질문 / 리지 헨더슨·스테프 브라이언트 / 김도현 신부 옮김 / 바오로딸
“하느님이 모든 것을 만드셨다면 하느님은 누가 만들었나요? 하느님은 왜 지구 외에 다른 행성도 만드신 걸까요? 인간이 존재하기 전에 하느님은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로봇이 사람처럼 사랑에 빠지거나 신앙을 가질 수 있나요? 과학이 더 발전하면 사람은 영원히 살게 될까요? 동물에게도 종교가 있나요? 하느님은 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걸 막지 않으시나요? 과학자들도 하느님을 믿나요?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질문에 절로 미소를 짓는 동시에 그 심오함에 놀라고 무엇 하나 제대로 답할 수 없어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느님과 과학에 대한 101가지 질문」은 이렇게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들의 물음에 과학·철학·신학·심리학 등 각 분야 전문가 70명이 재치 있게 답한 책이다.
예를 들어 “성경에는 왜 외계인이 나오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생화학자면서 성공회 사제인 앤드류 데이비슨 교수는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일단 성경의 주제가 외계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포문을 연다. 이어 “하느님은 성경을 기록한 사람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계시하셨지만, 우주의 과학적 사실을 모두 알려주지는 않으신 것 같아. 사실 성경에 나오지 않는 건 외계인 말고도 많단다. 펭귄, 익룡, 행성, 플랑크톤 등도 성경에는 나오지 않아. 대신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신 나는 영역을 탐험하도록 우리에게 과학을 주셨다고 생각해”라고 답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패러데이 과학과종교연구소 어린이 및 학교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리지 헨더슨과 스테프 브라이언트가 공동 집필했고,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사제인 대구대교구 김도현(대구가톨릭대 교수 겸 동촌본당 보좌) 신부가 번역했다.
김 신부는 “이 책은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이작 뉴턴 이래로 자연 과학적 방법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영국에서 출판됐다”며 “단순하지만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심오한 질문이고 그에 대한 대답 역시 훌륭한 만큼 무신론적 과학 만능주의에 사실상 속수무책인 우리나라 그리스도인들에게 좋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끊을 수 없는 달콤한 유혹
단맛 음식의 원리 / 노봉수(야고보) / 헬스레터
“십자군 전쟁 당시에는 부상자가 병동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처방하는 것이 설탕 한 스푼이었다. 아프고 힘이 든 상태에서 한 스푼의 설탕을 먹고 나면 원기를 회복하는 느낌을 가지면서 아픈 통증도 잠시 잊을 수가 있었기에 약품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하였던 것이다.”(25쪽)
“영국의 초등학교에서도 직접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 보는 수업시간이 있다. (중략) 아이들은 ‘버터와 설탕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냐!’며 스스로 파운드케이크 먹는 일을 줄이게 되었다고 한다.”(145쪽)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과자일 것이다. 그런데 과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끊기 힘들다. 심지어 과자가 아닌 다양한 형태로 ‘단맛’을 탐닉하지 않던가. 식품공학자 노봉수(야고보) 박사가 태아 때부터 익숙하며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동시에 해를 끼치기도 하는 ‘단맛’에 대해 한 권의 책에 총망라했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단맛의 필요성과 함께 인간이 여러 채널을 통해 맛을 인식하는 과정, 단맛 물질의 종류와 구조적 특성 등을 설명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음료·약품·꿀·된장·고구마 등이 지닌 단맛의 원리를 살펴보고, 100여 년간 잘못 알려진 정보도 지적한다. 또 중독성 있는 맛을 추구하면서도 단맛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식품 업계의 상황, 과한 단맛 섭취로 나타날 수 있는 질병 등을 소개하며 왜 균형 있는 미각이 중요한지 강조한다.
조동익 노랫말에 추억 돋는…
엄마와 성당에 / 조동익 지음·소복이 그림 / 나무의말
‘엄마와 성당에’는 가수 장필순·김광석·안치환·김현철 등의 음반에 프로듀싱 및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뮤지션 조동익씨가 1994년에 발표한 곡이다. 조동익의 노래를 듣고 자란 소복이 작가가 이 노랫말에 글과 그림을 더했다. 엄마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어린이와 어느덧 장성한 아들, 그 곁에 역시 달라진 모습의 엄마가 그려져 있다. 담백하고 귀여운 그림에 아이는 신 나게 책장을 넘기고, 어른은 콧날이 시큰할 수도 있겠다.
희망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절대 희망 / 고희석 / 청동거울
책 제목인 ‘절대 희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삶의 동기가 되어주는 희망을 뜻한다. 30년간 사회복지기관에서 물리치료사이자 사회복지사로 일해 온 저자가 공동체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 절대 절망의 시련 앞에서 희망할 수 없는 것조차 희망으로 승화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책에서 장애를 저마다 지닌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똑같다. 그러나 이 같은 삶의 방식도 있음을 알리고 깊은 유대를 통해 함께 살아갈 방도를 모색하자고 외친다. 또한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절대 희망’의 불씨 하나쯤은 간직하고 살아가자고 전한다.
지구야,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신문 읽는 지구 / 고영미 동시·박나리 그림 / 도토리숲
노랑
초록
주황
빨강
우리 반 교실 창 곁에
나란히 놓여 있는
깡통.
모두 꽃 한 포기씩 안고
예쁜 화분으로 태어났다.
아동문학가 고영미 작가가 「신문 읽는 지구」라는 동시집을 펴냈다. 우리가 사는 데 필요한 땅과 공기·물·동식물 등 모든 것을 대가 없이 빌려준 지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은 편지다. 작가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친 지구가 보낸 신호에 귀 기울이고 이제라도 더불어 살자고 말한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생태계 교란에 의해 사라지는 것, 지켜야 할 것 등 광범위한 주제를 몇 마디 단어로 조곤조곤 속삭인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