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국내로 훌훌 떠나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한다면 책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희망하는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순례기가 나란히 출간됐다.
엄마는 순례길 딸은 여행길 / 박지현·신솔잎 / 바오로딸
「엄마는 순례길 딸은 여행길」은 제목처럼 엄마와 딸이 이탈리아에서 보낸 17일간의 기록이다. 20여 년간 방송작가로 활동해 온 엄마 박지현(요세피나)씨와 직장생활에서 처음으로 번아웃을 경험한 딸 신솔잎(요세피나)씨는 체력만큼이나 벌어진 세대 차이, 누구보다 가깝고도 먼 모녀 특유의 갈등으로 이탈리아에서도 내내 불안하다. 게다가 숱한 돌발상황을 마주하며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여행이지 않던가.
다소 위태로운 이들의 여행은 주요 명소뿐 아니라 동네 어귀에서도 하느님의 공간을 마주할 수 있는 이탈리아 곳곳에서 자연스레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으며 이어진다. 순간순간 체감했던 하느님과 성모님의 현존, 일상의 소중함을 새롭게 발견한 기쁨, 주님 안에서 각자의 고유함을 받아들이는 깨달음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값진 선물까지 허락한다.
로마·아시시·피렌체·밀라노 등을 둘러보며 모녀가 번갈아 글을 써 엄마와 딸의 입장과 생각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딸, 너 자신으로 살아. 엄마의 짐은 엄마에게 주고, 너의 짐, 너의 십자가만 지고 가렴. 주님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랑으로 오르려무나.”(185쪽)
“엄마는 순례길, 딸은 여행길. 그 길에서 엄마는 덤으로 여행을 즐겼고, 나는 덤으로 하느님을 만났다. 새록새록 순례의 소중한 시간들이 선물 같아서 나를 미소 짓게 한다.”(188쪽)
예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 이건리·김연희 / 지식과감성
「예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는 43년 전에 만나 38년을 함께 산 부부의 이스라엘 성지 순례기다. 저자 이건리(시몬)·김연희(베로니카)는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배우자를 만난 것이라고 말한다. 배우자를 통해 하느님도 만나게 됐다. 서로의 믿음을 공유하면서 예수님께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는 신앙의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성경을 읽고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며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생활하시고 돌아가셨다 부활하신 그곳,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예순 살의 그들은 예수님의 숨결, 손길, 아니 그분의 옷자락을 만지기만 해도 중병이 나으리라 믿었던 여인처럼 예수님의 그림자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이스라엘로 떠났다.
지난해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예루살렘·베들레헴·나자렛·카나·타브가·카파르나움·티베리아스·예리코 등에서 성경의 배경이 된 장소와 주요 성당 등을 방문하고 특별한 장소에서 새롭게 느낀 생각을 기록했다. 지도와 풍성한 사진이 이해를 돕는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 까닭은 무엇일까요? 지금의 사람들, 순례·관광·여행 와서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 각자가 하는 생각·행동을 보시고 예수님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예수님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신가요?”(49쪽)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