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 포함된 닷새간의 추석 연휴다. 타인은 반가움 반, 번거로움 반이라고 했던가. 집이든 성당이든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즐거운 한편 버거운 감정이 공존하곤 한다. 마음을 다치기도 하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며 치유하기도 하는 신앙인들의 글을 통해 명절 연휴를 슬기롭게 지내보자.
홍성남 신부와 함께하는 마음일기 / 홍성남 신부 / 가톨릭출판사
‘짜증 난다·두렵다·답답하다·밉다·초조하다·분하다·싫다·죄스럽다?’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 단어는 무려 4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슬픔’에 해당하는 단어만 살펴봐도 ‘서글픔·허탈함·착잡함·섭섭함·씁쓸함·서운함·속상함’ 등 다양하고,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홍성남 신부와 함께하는 마음일기」는 저자와 함께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책이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인 저자는 ‘내 안의 불편한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60일 동안 묵상 글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기록하며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마음을 씻지 않으면 처음에는 가렵고 불편할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적응이 되면 씻지 않아도 편안한 상태가 오고 나중에는 씻는 것이 아주 귀찮아집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더럽다고 해도 개의치 않게 됩니다. 이처럼 오염된 말에 젖어 살면 자신의 영혼이 점점 더 망가져 간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결국에는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93쪽)
다니엘 신부의 사목 단상 / 권철호 신부 / 기쁜소식
“마음으로 다하지 않은 희생은 희생일 수 없습니다. ‘희생당한’ 것이지 희생한 것은 아닙니다. (중략) 명절이 지나고 나면 명절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많은 시간 오가고 여러 가족들을 만났으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을 겁니다. 마음을 다한 희생이었다면 그나마 미소를 간직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희생은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명절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희생당했느냐’ 아니면 ‘희생했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97쪽)
올해로 사제수품 30주년을 맞은 권철호(서울대교구 방배동본당 주임) 신부가 20여 년간 ‘사목 단상’이란 주제로 주보에 써온 글을 추려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오랜 세월 주님 말씀을 토대로 성당 안팎에서 만난 사람과 사물, 자연을 통해 뭉쳐진 생각들은 짧지만 결코 얕지 않은 깊이를 담고 있다. 단상에 어울리는 소박한 사진들도 책장에 시선이 머물도록 돕는다.
권 신부는 “시간이 모든 것을 퇴색시켜도 은총의 기억만큼은 더욱 선명해지는 것처럼, 이 단상들이 주님 은총을 다시금 일깨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살기 / 생활성서사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삶과 영성을 지금의 우리가 살아낼 수 있도록 인도하는 묵상 기도서가 출간됐다. 지난 6월 출간된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알기」가 주교의 일대기를 사진과 표, 남긴 글을 통해 톺아봤다면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살기」는 주교의 삶과 주요 영성을 묵상과 기도로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26주간 매주 브뤼기에르 주교의 글을 읽고, 그 내용을 성경 말씀으로 이해하고, 묵상을 통해 독자의 것으로 살아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 주교님은 천주(天主)를 참된 세상의 주인으로 알아보고, 이 세상의 ‘임자’로 알아보았던 조선 교우들에게 참된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바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한 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얼마 후에,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후대에는 이 땅이 반드시 복음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나아가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브뤼기에르 주교님을 바로 알고 바로 살아, 그분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으셨던 복음을 삶에서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151쪽)
냉담 중입니다 / 누구나 / 바오로딸
신앙인에게는 멀고도 가까운 단어 ‘냉담’. 「냉담 중입니다」는 체사리아라는 세례명의 청년 작가가 자신의 실제 신앙 여정을 바탕으로 그리고 쓴 만화 일기다. 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처음 성당에 갔던 순간부터 냉담 중인 지금까지를 돌아보며 하느님께서 주신 기쁨과 열정, 사람들 사이에서 겪었던 행복과 어려움, 외로움을 찬찬히 살펴본다. 밝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둡고 힘든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비록 느끼지는 못할지라도 그 모든 순간에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저자는 물론 독자도 자연스레 깨닫게 한다.
“어떨 때는 내가 나눈 것 이상을 넘치도록 받았기에 감사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공허하다. 어디엔가 구멍이 나서 줄줄 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데도 마음이 허해서 힘이 나지 않는다.”(243쪽)
열심히 봉사하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다 완전히 탈진해서 모든 것을 멈추고 싶다면 부담 없이 책장을 넘겨도 좋겠다. 그래서 저자는 답을 찾았는지, 냉담을 멈췄는지도 확인해 보자.
아내는 “예” 남편은 “왜” / 배금자·손세공 / 벽난로
‘한 가정이라도 더 행복한 가정이 많아지도록 일하자’를 소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금자(가타리나)와 손세공(엘디) 부부의 신간이다. 책 제목인 「아내는 “예” 남편은 “왜”」는 아내는 성모님을 닮아 모든 어려움 앞에서 “예”라며 받아들이고, 남편은 “왜”하며 해결책을 예수님 안에서 찾고자 노력해온 삶을 드러낸다.
이번 책은 부부 저자가 ‘행복한 가정 만들기’를 주제로 20여 년간 진행한 700여회의 강연과 500여 건의 상담에서 마주한 질의응답을 엮은 것이다. 신앙생활·부부 사이·성생활·자녀·시가·처가 등 가정을 이루며 만나는 다양한 문제를 다뤘다.
“맞벌이와 외벌이일 경우 경제적 역할을 덜 맡은 사람이 가사 분담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당연한 걸까요? (중략) 인간은 자유의지로 살아갈 때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집안일을 하는 이유가 가족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맡겨진 의무이기 때문에 행한다면 기쁨을 갖기 어렵습니다. 오늘 질문의 답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고, 둘 다 하기 싫으면 조금 불편하게 지내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59쪽) 부부 저자는 199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로레토 새가정학교’에서 세 자녀와 함께 1년 동안 유학했고, 1999년부터 12년 동안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한국 책임 부부로 일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