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분쟁지역임에도 미디어의 발달로 세계인의 이목이 초집중되는가 하면, 이내 그 관심이 식기도 한다. 반전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평화의 선율, DMZ 오픈 국제음악제
제2회 DMZ 오픈 국제음악제가 9~16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개최됐다. 분단과 정전을 상징하는 비무장지대(DMZ)를 주제로, 생태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음악을 통해 확산하고자 기획된 이번 음악제에는 지휘자 레오시 스바로브스키·유렉 뒤발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백건우(요셉 마리)·윤홍천, 트럼펫 연주자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2024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수상자 드미트로 우도비첸코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앞서 10월부터 민간인통제구역 내 탄약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일부 콘서트는 남북관계 악화로 (구)포천성당으로 옮겨 진행됐다. 이 무대에서는 국제 음악 콩쿠르 세계연맹(WFIMC)의 ‘전쟁 반대’ 취지에 공감하며, 냉전의 역사에서 탄생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입상자 안나 게뉴시네·드미트로 초니, 남북한의 현대사를 상징하는 윤이상 콩쿠르 입상자 정규빈의 독주회 등을 마련했다.
한편 13일과 16일 공연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우도비첸코는 지난 6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시상식에서 친러 인물로 알려진 심사위원 바딤 레핀과의 악수를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도비첸코는 이번 무대에 앞서 본지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고국에 계시기 때문에 매일 전쟁의 존재를 매우 분명하게 느낀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공포에 직면하고 있고, 이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세대가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전쟁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로 사람들이 평화를 소중히 여기길 희망하며, 음악이 지금의 모든 공포로부터 잠시나마 휴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6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지난 2022년 2~3월 AP통신 취재팀이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에서 수집한 20일간의 기록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평화롭던 도시가 한순간에 초토화되고 이로 인해 신음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취재팀은 러시아의 경계를 피해 여성 위생용품, 자동차 좌석 아래 등에 각종 하드 드라이브와 파일들을 숨겨 반출해냈다. 그 결과 러시아의 가짜뉴스를 반박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경로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퓰리처상 공공보도상을 수상했다. 또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는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33관왕을 차지했다.
21세기, 평범한 일상이 유지되던 두 나라 간에 일어나 믿기지 않던 전쟁은 어느덧 3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4년 9월까지 군인 사상자만 1백만 명에 이르며, 전쟁의 비극과 참상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 그 현장에 북한군 1만여 명이 파병된 것으로 알려져 관객들에게 더욱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레전드 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20일 개봉한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일본·영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합작으로 1983년에 개봉된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일본군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었던 영국의 데이비드 보위,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던 류이치 사카모토와 기타노 다케시 등이 적으로 만난 영국군과 일본군 사이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전쟁 중에도 무너지지 않는 휴머니즘을 그려낸다.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 영화를 통해 첫 연기뿐 아니라 영화음악에 도전해 명곡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작곡했다. 영화는 1983년 제36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1984년 제37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서 음악상 등을 받았다. 국내에 개봉된 적 없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41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관객들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