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발자취 좇아 찍은 작품
19세기 검 프린트 기법으로 인화
독특한 색감·질감… 회화 보는 듯
새해 남다른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맞는 이들에게 더욱 와닿을 전시회가 개최된다. 가톨릭평화신문 리길재(베드로) 선임기자의 사진전 ‘길, 再’. 올해 정년퇴직하는 그를 위해 ‘인생 60 이전과 새 삶을 모색할 전환점’의 의미를 담아 신앙 벗들(분도포럼)이 마련해 준 전시다.
주제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리 선임기자는 “그리스도는 ‘빛’이시며, 개인적인 삶과 기자 인생에서 전부였던 단어”라며 “그간 부족한 글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사진으로 말하려 한다”고 전했다.
수비아코 산 베네데토 수도원·세비야 대성당 성모자상·살라망카 대성당 피에타·뷔르츠부르크 대성당 십자가 등 전시에 소개되는 30점은 오랜 시간 신앙인으로, 또 교계 언론인으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좇으며 담은 사진들이다.
사진이지만 독특한 색감과 질감은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모두 검 프린트(Gum Print)라는 색다른 기법으로 인화했다. 판화지에 수채화 물감과 감광물질인 중크롬산염, 검 용액을 바른 뒤 색분해 필름 원판을 붙여 노광을 준 다음 컬러 이미지를 얻는 기법이다. 19세기 중엽의 전통 인화 방식으로 그림 같은 효과를 낸다. 종이 질·물 온도·물감 신선도·감광 농도에 따라 이미지 착상이 달라져 똑같은 프린트가 단 한 점도 존재하지 않는 게 매력이다. 리 선임기자는 기사로 미처 담아낼 수 없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표현하기 위해 오래 전 가톨릭 작가들에게 사진을 배웠고, 수년 전부터 프린트마스터 유철수 선생에게 검 프린트 기법을 익혀왔다.
그는 “각 작품의 거듭된 붓칠, 색분해 필름 노광, 수세와 건조 과정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반복해서 한 달 걸려 겨우 완성했다”며 “우리 안에 비치고 스며든 신앙의 빛을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사진으로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제2전시실에서 3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2-727-2336
대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한 리 선임기자는 1990~1999년 가톨릭신문 취재기자를 거쳐 2000년부터 가톨릭평화신문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해박한 교회 지식과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성경에 빠지다’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 ‘저는 믿나이다’ 등 코너를 연재해오고 있다. 2011년 충무로 LEICA STORE(라이카 스토어) 그랜드 오픈 기념 초대전 ‘Germania, … et Deus’, ‘The Print-리길재·상희 부녀전’ 등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