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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길 끄는 반 고흐와 에곤 실레

올겨울 인기 전시회서 만날 수 있는 종교 관련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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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작 ‘착한 사마리아인’, 1890년.
 

겨울방학을 맞아 볼만한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국내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세계적인 컬렉션 가운데 특히 신앙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작품을 살펴본다.



반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

루카 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여러 화가가 화폭에 담았다. 그 가운데 손꼽히는 작품은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가 1849년에 완성한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흥미롭게도 이 그림은 네덜란드 출신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다시 그려 더 유명해졌다. 들라크루아는 강도를 당해 초주검이 된 이를 자신의 노새에 태우려는 사마리아인의 힘겨운 자세와 사실적인 근육, 붉은 옷 색깔 등을 통해 그 자비의 마음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에는 두 사람 옆으로 지나간 사제와 레위인도 보인다.

1890년 5월에 제작된 반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은 원작의 좌우를 뒤바꾼 형태로, 특유의 물결치는 듯한 두툼한 붓질과 남프랑스에서 작업한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강렬한 태양 빛이 두드러진다. 반 고흐가 숨을 거두기 불과 두 달여 전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그린 것으로, 그의 종교적 염원과 내면의 고통, 구원과 영혼의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작품을 비롯해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 소장품 70여 점이 소개되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월 16일까지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로, ‘반 고흐’ 하면 바로 떠오르는 명화들은 없지만 뉘넨-파리-아를-생레미-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이어지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에곤 실레 작 ‘어머니와 두 아이 Ⅱ’, 1915년.
 
에곤 실레 작 ‘골고타 언덕’


에곤 실레 ‘골고타 언덕’과 ‘피에타’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가 ‘골고타 언덕’과 ‘피에타’를 모티브로 그린 작품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은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의 소장품 19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세기 전환기 유럽에서는 역사와 종교 등 전통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인간’을 다각도로 조명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클림트를 중심으로 비엔나 분리파 화가들이 앞장섰다. 실레 역시 내면의 소용돌이를 독특한 화법으로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성경이나 기존의 성미술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표현한다.

먼저 그의 초기작인 ‘골고타 언덕’은 여러 요소를 활용해 자연을 종교적인 장소로 담아낸 그림이다. 십자가 옆으로는 바람에 나부끼는 앙상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색색의 띠로 묘사된 어두운 구름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지는 석양과 함께 언덕의 풍경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1915년에 제작한 ‘어머니와 두 아이 Ⅱ’는 ‘피에타’에 빗댄 작품이다. 그림 속 어머니는 얼굴과 맨발을 제외한 몸 전체를 초록색 천으로 가리고 있고, 꺼진 눈과 입은 해골을 연상케 한다. 어머니의 무릎 위에 누운 아이도 죽어있는 듯하다. 공중에 떠 있는 아이의 옷은 다채로운 패턴으로 희망을 드러내지만, 얼굴에서는 역시 절망감이 엿보인다. 내내 불편했던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자리한 불안과 상실감을 ‘피에타’를 빌려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3월 3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에곤 실레를 중심으로 클림트부터 콜로만 모저, 오스카 코코슈카 등 오스트리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세기말 비엔나의 사회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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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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