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가톨릭 미술상에 스위스 출신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Claudio Botta, 1943~)와 HNS건축사사무소 한만원(안드레아) 대표가 작업한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이 선정됐다. ‘젊은 작가상’ 회화 부문은 김윤아(로사) 작가의 ‘회심으로 이끄시는 사랑의 길 series 2’, 조각 부문은 박성환(다미아노) 작가의 ‘마산 가르멜 수도원의 14처’에 돌아갔다. ‘공로상’은 대구대교구 내당성당(1966년 완공, 2024년 복원)과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오토카르 울(Ottokar Uhl, 1931-2011)이 받는다.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서상범 주교)는 우리나라 가톨릭 성미술의 토착화와 활성화를 후원하는 동시에 교회 내적·문화사적 공헌을 기리기 위해 1995년 가톨릭 미술상을 제정하고, 현역 미술가들의 근래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부문별로 시상하고 있다. 이번 시상부터 기존의 ‘본상’을 ‘가톨릭 미술상’으로, ‘추천 작품상’을 ‘젊은 작가상’으로, ‘특별상’을 ‘공로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8월부터 두 달여간 진행된 공모에는 전년의 3배가 넘는 총 45점이 응모됐다. 조각가 안병철(베드로) 심사위원장은 심사총평에서 “특히 많은 젊은 작가가 성미술에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지원한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교회 미술 발전에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미술상을 수상한 마리오 보타와 한만원 대표의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은 깊숙한 골짜기에 위치한 성당으로, 전면에 보이는 거대한 두 개의 타워가 성지 전체의 상징적인 구심점을 형성하고 있다. 건물 전체는 마리오 보타의 건축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붉은 벽돌로 구성됐으며, 본체는 반 이상 땅속에 묻혀 주변의 지형과 조화로움을 이루고 있다. 성당은 1200석을 담는 거대한 공간이며, 성당 로비는 후면의 순교자 정원과 맞닿아 성당에 진입하는 통로인 동시에 미사 후 다양한 모임이 가능하도록 조성됐다. 마리오 보타가 설계를 맡고, 한만원 대표는 파트너로 참여했다.
안 심사위원장은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은 ‘종교 공간인 동시에 순례자·방문객·지역 주민들에게 문화공간으로 활용’이라는 프로젝트의 미션에 맞게 전례 공간에 머물지 않고 문화 행사를 수용하는 공간으로 쓰임을 확장했다”고 평했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는 김윤아 작가는 ‘회심으로 이끄시는 사랑의 길 series 2’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드러나는 빛의 특징을 회화에 적용했다. 이를 위해 후면에 RGB LED로 광원을 설치하고 아크릴로 제작된 화면에 빛이 투과될 수 있도록 표면을 벗겨 마치 회화의 일부가 빛에 의해 빛나도록 표현했다. 회화적 표현의 한계를 극복한 이 같은 매체의 활용으로 신앙의 신비함과 하느님 영광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은 물론 현대 미술의 범주 안에서 성미술을 창의적으로 담아냈다는 분석이다.
젊은 작가상 공동 수상자인 박성환 작가는 2023년 마산 가르멜 수도원에 설치한 ‘십자가의 길’ 14처 부조에 예수님의 일대기를 재현하면서 그 안에 드러나는 인간미에 주목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이 느꼈을 고통과 아픔을 절제된 감정과 상징적인 이미지로 담아 묵상의 깊이를 더했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공로상을 받은 대구대교구 내당성당은 1966년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와 잘츠부르크대교구의 도움을 받아 건축가 오토카르 울의 설계로 건립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담아 제대를 성당 중앙에 배치하는 등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획기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후 신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던 시기인 1988년 리모델링을 통해 제대를 한쪽 벽면으로 옮기고 내부를 기존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사용했다. 성전 건립 60주년을 앞두고 최근 이뤄진 복원 사업에서 제대를 다시 원래 위치로 옮기고, 성당 내외부도 대부분 초기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를 감안해 1960년대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건축가 오토카르 울과 성당을 원형대로 복원한 내당성당에 공로상이 수여된다. 심사위원회는 “내당본당 구성원들의 뜻과 마음이 가톨릭교회의 전례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라며 “노후화된 성당의 리모델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 교회에 모범적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제28회 가톨릭 미술상 시상식은 2월 14일 오후 4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개최된다. 수상작은 14~24일 갤러리 1898에서 열리는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정기전에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