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5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신자도 아닌 동네분들이 감동하는 모습에 보람”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으로 가톨릭미술상 받은 한만원 건축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한만원 건축가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매력은?
마리오 보타가 만들어낸 ‘구도의 힘’
한국적 재료로 한국인 손으로 만들어


1990년대 안중성당 지을 때 세례 받아
내면적 가치 하나로 연결된 조화로운 집 짓고 싶어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마리오 보타만 찾아요. 그게 좀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일까. 나도 한국에서 나름 유명한 건축가인데?.(웃음)”

유쾌하게 농담을 건넨 그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으로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Claudio Botta, 81)와 함께 이번 제28회 가톨릭 미술상 건축 부문을 수상한 HnSa 건축사사무소 한만원(안드레아, 68) 대표다. 두 사람은 제47회 한국건축가협회상도 받았다.

“감사하죠. 늘 사명감을 갖고 작업하지만, 상을 받는다는 건 누군가 우리를 보고 그걸 인정해주는 거잖아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은 2011년에 시작해 아직도 크고 작은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요. 지금 60대인데,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한 거죠.”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소에서 만난 한 대표는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보여주며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건축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2019년 대성당이 완공됐건만 여전히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그가 2011년부터 관여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상각 주임 신부님이 김광현(서울대 건축과 명예교수) 선생을 주축으로 여러 건축가와 성지 마스터플랜을 짠 후 성당을 설계할 건축가를 찾고 계셨는데, 신자 한 분이 교보그룹 관계자였고, 그분이 저를 소개한 거예요. 교보타워를 지으면서 1990년대 4년 정도 보타와 일했거든요. 그래서 바로 그에게 연락했죠. 확인하고 답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건축가도 있는데, 이분은 자신이 애써 만든 게 안 지어지거나 엉뚱하게 들어서는 걸 가장 우려해요. 또 따로 종교가 없다고는 하는데, 종교 건축이라면 끔찍이 아끼는 마음으로 참여하고요. 제가 6월쯤 얘기했는데, 8월에 우리나라에 와서 쭉 둘러보더니 10월쯤 안을 하나 만들어서 주더라고요.”
 
제대 뒷면에 설치된 줄리아노 반지 작 ‘최후의 만찬’. 예수님 기준 왼쪽으로 세 번째가 마리오 보타, 오른쪽 첫 번째 이상각 신부, 네 번째가 한만원 대표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사진 김용관 작가


모두 2011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후 성전 건립을 위한 대대적인 모금이 진행됐고, 10여 차례 설계 변경을 거쳐 2017년 착공한 대성당은 2019년 완공됐다. 여러 인연과 함께 작업할 때 쌓인 신뢰가 빚어낸 웅장한 결과인 셈이다.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깊숙한 골짜기에 위치한 대성당은 전면에 보이는 거대한 두 개의 타워를 구심점으로 주변의 지형과 조화를 이룬다. 가장 한국적인 산천에 들어선 매우 이국적인 건축물이다.

“보타가 설계했으니까요. 하지만 모두 한국적인 재료,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데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보타가 형태를 제안하면 현실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재료를 사용할 것인지, 국내에서 어떤 인부가 정교하게 일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하는 거죠. 만약 그분이 스위스에서 쓰던 재료와 기술을 고집했다면 비용도 훨씬 더 들었을 거예요. 결국 시공을 위해 각종 행정 서비스는 물론이고 한국 시스템으로 전체적인 번역이 필요한 거죠.”

그 모든 작업을 한 대표가 도맡았다. 건축 지식이 얕은 기자가 이해하기에 대성당의 그림은 보타가 그리고, 그 그림을 지상에 구현한 사람은 한 대표라고 할까.

“그렇게 구분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한 팀인 거죠. 다만 ‘이게 잘되면 보타가 잘한 거지만 잘못되면 내 책임이니까(웃음)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예를 들어 대성당의 지붕은 천창에서 빛이 들어오는 구조인데, 보타가 ‘이런 루버(통풍·채광이 용이한 재료와 방식의 건축)로 가자’고 하면 우리는 현장에서 대입해 보고 간격이나 각도 등 디테일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 피까지는 아니고 땀과 눈물을 흘리며 일했는데, 나중에 동네분들이 오셔서 ‘근사하다·멋있다·감동적이다’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그렇게 듣기 좋더라고요. 신자도 아니고 건축에 대해 따로 설명을 안 드려도 마냥 감동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어요.”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의 매력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일단 보타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구도가 역시 큰 힘이 있더라고요. 타워가 딱 들어서면서 중심을 잡고 전체 풍경에 효과를 줘요. 내부의 경우 제대가 앞뒤 길이는 짧고 폭은 넓어서 1200명을 한아름에 안는,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듯한 친밀감이 가장 빼어나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 속에서 배어 나오는 특별한 분위기가 있고요.”

한 대표와 가톨릭의 인연은 1990년대 중반 맡은 수원교구 안중성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세례를 받았고, 그 경험은 성당이라는 특별한 건축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을 짓는 밑거름이 됐다.

“당시 주임 신부님이 성당을 지으면서 예비자 교리도 받으라고 하시더라고요. 따로 신앙생활을 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올바로 살고, 제대로 일하고, 성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건물 역시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루는 조화, 거기서 드러나는 내면적인 가치가 하나로 연결될 때 좋은 건물이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집을 짓고 싶고요.”

한만원 건축가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나아트샵·왈종미술관·한운사기념관·디어스 사옥 등을 작업했다. 매향리 평화기념관·신안미술관 등의 프로젝트에서도 마리오 보타와 협업하고 있다. 영화 ‘빨간마후라’ 시나리오 등을 쓴 한운사(요셉, 1923~2009) 작가의 장남이며, 막냇동생은 기타리스트 한상원 교수(호원대)다. 제28회 가톨릭 미술상 시상식은 14일 오후 4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다.

윤하정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2-0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2. 5

시편 107장 8절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을 위한 그 기적들을.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