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조각가 임송자(리타, 84) 선생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는 ‘사람’이다. 홀로 또는 여럿이,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인체 조각이 별관을 가득 채운다. 두 점의 돌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흙과 밀랍으로 제작됐다.
1963년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60년을 한결같이 인체 조각, 그중에서도 소조(塑造) 작업에 전념했다. 흙을 붙여 형상을 만드는 소조는 돌이나 나무를 끌과 정으로 깎아 만드는 조각과 달리 온전히 손으로 재료를 느끼며 형상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흙과 직접 교감하며, 흙은 작가의 지문까지 간직한다.
임 작가의 60년 조각 인생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에서는 로마 유학 시절 시작한 ‘현대인’ 연작을 시작으로 ‘내가 만난 사람’ ‘손’ 등의 연작과 최근의 성상 작품까지 선보인다. 수많은 만남의 연속인 삶에서 마음에 특별하게 다가온 인물과 사건을 마주할 수 있다.
임송자 작, ‘십사처-예수님 세 번째 넘어지심’. 김종영미술관 제공
특히 3층 전시실에는 가톨릭 성상이 전시되고 있다. 사순 시기인 만큼 ‘십사처 연작’과 ‘예수부활상’ 등에 더욱 눈길이 머문다. 대학 졸업 후 교직을 겸했던 작가는 1970년대 후반 다소 늦은 나이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하며 서양 조각의 전통을 탐구하고자 했다. 유학 시절 교회미술에 매료돼 귀국 후에는 여러 곳에 성미술 작품을 남겼다. 1984년 103위 성인 시성식을 맞아 작업한 서울 서소문 순교자 현양탑은 대표작 중 하나다. 제4회 가톨릭 미술상, 제14회 김세중 조각상, 2004년 이중섭 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1986~2006년 중앙대 조소과 교수로도 재직했다.
김종영미술관 박춘호(토마스) 학예실장은 “임송자 선생의 은사인 김종영(프란치스코) 선생은 ‘예술이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감동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전시를 통해 흙으로 빚어낸 작가의 삶에 관한 성찰과 독백을 음미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휴관일인 월요일은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 ~ 오후 5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