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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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업계서 일했던 사제와 평신도… 인문학 강의 함께 만든다

본당 청년회서 만나 20년 이어온 우정...청주교구 이선찬 신부와 레드헤더 윤이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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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우정을 자랑하는 윤이섬 대표와 이선찬 신부. 박민규 기자




삶의 가치와 희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담긴 새로운 앱이 오는 5월 공개될 예정이다. 관련 서비스가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두 베드로의 20년 우정에서 시작됐다면 어떨까.



음반 제작사 대표였던 이 신부… 친구 따라 전업한 윤 대표

레드헤더 윤이섬 대표와 청주교구 이선찬 신부 이야기다. 동갑인 두 사람의 세례명은 모두 베드로. 20대에 의정부교구 백석동본당 청년회에서 만나 지금껏 남다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에게는 이색적인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화려하고 상업적인 분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했다는 것이다.

“저는 원래 건축 설계를 했는데 같이 엔터 일을 하자고 하더니, 갑자기 신학대에 가더라고요.”(윤 대표)

친구를 업계에 발 들이게 한 뒤 홀연히 떠난 이 신부는 사제가 되기 전 휘성·빅마마·거미 등의 음반을 제작했다. 단순히 제작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제작사 대표로 진두지휘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해 다수의 광고와 영화도 만들었다. 성직자가 되기 전 다른 전공 및 사회 경험이 있는 사제가 많지만, 특이하기로는 손에 꼽힌다.

“엔터 쪽 일을 8년 정도 했어요. 그래선지 청주교구에서 박물관도 만들고 관장도 했네요. 아무래도 너무 자극적인 세계에 염증을 느낀 것 같아요. 그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예술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예술가는 하느님이 내려주신 천사다’라는 말씀이 와닿았어요. 신학교에 간 결정적인 계기였죠. 카리타스에서 운영하는 청주지역자활센터에서도 사목하고 있는데, 그분들을 돕기 위한 인문학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대장간·놀이터 등의 개념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와 연대 프로그램을 활용해왔는데, 부족한 부분도 있고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동영상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꼈거든요.”(이 신부)



윤 대표 제작·운영, 이 신부 기획 맡아

그렇게 두 베드로는 일터에서 다시 만났다. 최근 윤 대표가 차린 레드헤더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통해 세상의 빛과 희망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문학·미술·음악·의학 등 각계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협약 및 계약을 맺고 있는 레드헤더는 사업의 한 부문으로 인문학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온라인 구독이 가능한 월간 잡지 형태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누구나, 어디에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모든 제작 및 운영은 윤 대표가 맡는다. 하지만 기획은 이 신부의 몫이다. 종교색을 드러내지는 않을 방침이다. 살포시 녹여낸다고 할까. 예를 들어 월간 주제는 전례력에 맞추지만, 신앙인 여부를 떠나 누구나 그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각 분야 전문가가 저마다의 경험과 지혜로 내용을 채워갈 계획이다. 과거 제작자의 마음으로 기획하되 사제로서의 영성을 담는 셈이다.

“‘인문학은 사람이 어딜 향해 걸어가야 하고, 무엇이 참된 진리인지 생각하게 하잖아요. 교회 역사 안에서 담아낸 고대 그리스 철학이 결국 르네상스로 연결되기도 했고, 비그리스도인에게 전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문화예술이기도 하고요. 제작된 콘텐츠를 교회 쪽에 가져와서 성경이나 전례적인 설명을 더해 활용하려고도 합니다.”(이 신부)

“미혼인데 ‘친구 따라 신학대도 갈걸 그랬나’ 생각해요.(웃음) 아직까지 저와는 달리 순수함이 있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거든요. 레드헤더가 ‘붉은 야생화’인데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자’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만큼 좀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고, 교회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두 베드로가 신앙과 우정을 버무려 짓는 ‘문화 놀이터’가 교회 안팎에 가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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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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