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 2권이 출간돼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책 모두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온라인 서점에서는 「희망」과 「나의 인생」을 묶어 판매하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희망」(원제 ‘Spera’)은 가톨릭출판사에서 지난 13일 출간됐다. 「나의 인생」(원제 ‘역사를 통한 나의 이야기’)은 출판사 윌북이 출간해 4월 10일부터 구매 가능하다.
두 책 모두 교황의 자서전이 맞다. 「희망」은 교황이 지난 2019년 3월부터 약 6년간 집필했다. 이탈리아 독립출판사 리브레리아 피에노지에르노 창립자 카를로 무쏘씨가 집필을 도왔다. 가톨릭출판사 관계자는 “교황님께서 자서전의 페이지마다 친필 서명하며 공식 자서전으로 인증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나의 인생」은 이탈리아 민영 방송사 메디아셋의 바티칸 전문 기자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씨가 교황과의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윌북 관계자는 “교황님 본인의 인생 중 맞닥뜨린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시며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회고하신 내용이 주가 됐다”고 전했다.
「희망」의 국내판 번역은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이재협 신부 등 바티칸뉴스 번역팀이 맡았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가 추천사를 썼다. 이 주교는 “이 책은 교황님의 생애 전체를 ‘열정’과 ‘사랑’, ‘용기’와 ‘희망’이라고 압축할 수 있을 정도로 ‘희망의 순례자들’인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고 호평했다. 교황의 공식 자서전이 교황의 재임 중에 출간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13일 국내에 공식 출간한 「희망」은 희년을 맞아 출간해야 한다는 교황의 의지에서 비롯돼 나오? 됐다. 지난 1월 세계 100여 개국에 발간됐다.
「희망」은 교황의 전 생애를 다룬다. 그의 이탈리아계 혈통과 선대 조상이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교황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성소를 느낀 당시 상황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한국어판에는 가톨릭뉴스 번역팀 아이디어로 용어 해설을 담은 각주가 수록됐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들도 첨부돼 있다.
4월 10일 출간 예정인 「나의 인생」은 지난해 4월 이탈리아, 미국 등 각지에서 출판됐다. 국내판도 지난해 발간 예정이었지만, 출판사가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출간하기로 결정해 다소 미뤄졌다. 부산가톨릭대학교 부총장 염철호 신부가 번역을 맡았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추천사를 썼다. 유 추기경은 “이 자서전은 교황님께서 세상과 교회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들과 얽힌 자기 삶에 대해 친밀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책”이라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와 새로운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의 추천사처럼 이 책에서 교황은 어린 호르헤 베르골료(교황 본명)가 봤던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회상하고, 1969년 달 착륙,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등 베르골료가 경험한 역사적 대사건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두 책 모두 호르헤 베르골료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교황은 책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드러낸다. 독자와 신자들에게 자신의 잊지 못할 경험을 드러내며 마음에 새긴 소중한 가치와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담아냈다.
최근 37일 만에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한 교황의 선종 혹은 사임과 관련한 메시지도 눈에 띈다. 교황은 「희망」에서 “저를 위한 모든 장례 준비는 끝났다고 한다”며 “교황 장례 예식이 너무 성대해서 담당자와 상의해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나의 인생」에서는 사임에 대해 “누군가는 제가 조만간 입원해서 교황직에서 사임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면서도 “목숨이 다할 때까지(ad vitam)”라며 사임설을 일축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