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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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여성이 연애하고 출산한다면

연극 ‘젤리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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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젤리피쉬’ 공연 장면. 사진 출처=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비장애인과 연인이 되어 겪는
갈등과 편견 다룬 사랑 이야기

엄마와 딸, 남자친구의 입장
충돌하며 다각도의 질문 던져

다운증후군 배우가 직접 연기
한글 자막·수어·음성해설 제공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했던 다운증후군 정은혜(마리아) 작가가 5월 결혼을 발표해 화제다. 유명인의 결혼이 기사화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정씨의 결혼에 이목이 집중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선천적 질환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지적장애를 비롯해 신체 및 기능 장애를 보인다.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애를 하고 출산을 한다면 어떨까?

연애·출산,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화두가 된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바로 연극 ‘젤리피쉬’(연출 민새롬).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의 작품으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주인공 켈리가 비장애인 남성과 연인이 되고 임신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편견, 공감과 사랑의 드라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인물은 켈리의 엄마 아그네스다. 남자친구 닐의 마음이 진심이 아닐까 봐, 켈리의 장애가 이어질까 봐 연애도 출산도 말린다. 지금껏 사회의 다양한 편견과 차별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했고, 수많은 상황을 해결해야 했고,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을 껴안는 것도 당사자인 켈리보다 아그네스의 몫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은 켈리와 아그네스·닐의 생각과 입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객석에 다각도의 질문을 던진다.

‘젤리피쉬’는 무대에서 구현되는 모습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쏟아낸다. 실제 다운증후군이 있는 무용수 출신 백지윤씨가 켈리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기자의 편견일까,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연극은 베테랑 배우들도 소화하기 힘들고 심지어 두려워한다. 대략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가능한 ‘편집’이 없기 때문이다. 지적장애를 지닌 배우가 ‘라이브’ 무대에서 돌발상황 없이 두 시간의 극을 끌어갈 수 있을지 의아했다. 그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작진과 배우진이 공연을 어떻게 담아냈을지도 말이다.

무대는 오랫동안 공연을 취재한 기자가 보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참신했다. 주인공이라 대사가 상당히 많은데도 백 배우는 막힘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상대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고, 사랑하고 싸우고, 묵직한 메시지도 전달한다. 실수가 전혀 없지는 않다. 아무래도 집중력과 기억력이 여느 배우와는 다를 수 있는데, 대사가 막히거나 동선이 꼬일 때면 대놓고 알려주는 제작진이 따라다닌다. 그는 계단식의 개방형 무대 옆에서 백 배우와 혼연일체가 된다. 신기하게도 그 모습, 배우의 잠시 멈춤과 제작진의 도움, 관객의 이해가 작품성과 완성도를 높인다.

공연장의 수많은 장치도 작품의 일부다. 웅장하거나 세련된 세트가 아니라 혹여 발달장애를 가진 관객이 관람할 때 갑자기 나올 수 있는 행동이나 감각적 반응을 공연의 일부로 수용한 것이다. 여느 공연장과 달리 객석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하고, 출입과 이동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무대 전면의 영상에 모든 대사가 한글 자막으로 나오는가 하면 요일별로 수어와 음성해설도 제공한다. 2023년 10월 개관한 모두예술극장 자체가 추구하는 작품이며 공연 환경이다. 그야말로 ‘함께’ ‘어우러지다’의 의미, 그 방법론을 제시하는 공연이 아닐까!

2018년 런던 부시 시어터에서 초연한 ‘젤리피쉬’는 다운증후군 예술가 사라 고디(Sarah Gordi)를 위해 제작됐다. 사라 고디 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으로, 그녀는 무대에서 켈리로 분하기도 했다. 이후 내셔널 시어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젤리피쉬’는 2023년 호주 공연에 이어 국내에서는 지난해 쇼케이스 형태로 첫선을 보였다. 이번 공연은 4월 13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문의 02-760-9764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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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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