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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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특집] 올바른 장례 문화를 위해서

교회기관, 바람직한 장례 문화의 구심점 돼야 / 화장률 급증함에도 납골당 등의 설치 기피/ ‘삶-죽음 하나’ 인식 가져야 … 교육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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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6일자로 설치 허가 필증을 부여 받은 서울 구파발본당의 봉안당 모습.
주임 정민수 신부가 봉안당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 장례 문화의 큰 흐름이 화장(火葬) 문화로 바뀌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25만 7369명 중 71인 18만 2946명이 화장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 국민의 화장률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2010년 화장률(67.5)보다 3.6 포인트 올라간 수치이며, 10년 전인 2001년(38.3)과 비교할 때는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도 인구 고령화, 핵가족화 확산 등의 영향으로 화장을 선택하는 이들은 계속 늘어날 추세다.



■ 혐오시설의 잣대

10명 중 7명이 화장을 선택하는 시대인 만큼 충분한 납골당 설치는 필요 불가결한 상황이다. 그러나 화장장 시설과 봉안당 시설은 태부족이다.

대도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처지. 2008년 기준으로 볼 때 봉안 능력 대비 봉안 수 비율은 부산이 93, 서울 92, 광주 74, 인천 54 등으로 전국 평균(27)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실태임에도 대다수 신규 납골당 설립 계획은 “내가 사는 지역에는 ‘혐오시설’인 납골당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님비(NIMBY)현상으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거나 설립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회의 납골당 설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시 외곽에 자리 잡은 교구 묘원들과 달리, 도심 납골당들의 경우는 민원 제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한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학교 인근 200m 내에는 화장장 또는 납골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한 ‘학교 보건법’은 납골 시설의 부정적 인식을 가중시키는 요건이 되면서 도심 본당들의 납골당 설치를 막는 법적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서울대교구 T 본당의 납골당 설치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학교 주변의 납골당 설치를 금지한 학교보건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보였다. 당시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시신이나 무덤을 기피하는 풍토와 정서를 가지고 살아왔다”면서 “그러한 풍토와 정서가 과학적 합리성이 없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정서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규제해야 할 필요성과 공익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교구는 2009년 7월 31일 “사망한 사람의 시신이나 무덤을 기피하는 풍토와 정서가 우리 사회의 전통이었다 하더라도, 그 전통이 앞으로 계속 보호돼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히 의심스럽다”며 “납골 시설의 확충은 원하면서도 우리 마을, 내 집 앞 설치는 반대하는 님비현상이야말로 자라나는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큰 해가 될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10월 26일자로 봉안당(성요셉관) 설치 허가 필증을 관할 관청(은평구)으로부터 부여 받은 서울 구파발본당(주임 정민수 신부)의 경우도 학교 인근 200m 내에는 화장장 또는 납골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한 학교 보건법으로 봉안당 사용에 다소 시간이 걸린 사례다.

관할 관청은 인근에 신축될 유치원 건물과 성당이 200m 반경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지역민들의 ‘혐오시설’ 민원 제기를 우려, 심사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실제 봉안당은 성당 건물 안쪽 제대 뒤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실거리 면에서는 200m를 벗어나 있던 상황이었고 구청에서도 이 같은 심사 결과를 토대로 하자없음을 인정하게 됐다.

이로써 구파발본당은 그간 지연됐던 봉안당 사용권 계약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고, 본당 신자들도 “훗날 평소 적을 두었던 본당 제대 가까이에 묻히고 싶다는 꿈을 이루게 됐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정민수 신부는 “삶과 죽음을 한 연장 선상에 두고 죽음에 대해 자연스런 인식을 심는 종교시설 내 납골당 설치의 의미를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치는 것으로 두는 것은 독소 조항이 아닐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 죽음에 대한 인식 전환 절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화장’, ‘납골당’은 왜 혐오스런 상황으로 대두되는 것일까. 이명숙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한 잡지에 발표한 기고문 ‘교회와 장례문화’에 따르면, 일제 치하를 거치며 지역 몇몇 곳에 화장장이 설치돼 가난한 이들과 전염병이나 결핵으로 사망한 시신들을 화장하게 됐고 이를 강제로 서민의 장법으로 처리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시설 미흡으로 분진과 악취로 혐오감을 주었던 탓에 오늘날까지 화장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기에 역부족인 현상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화장이나 납골당에 대한 혐오 현상, 더 나아가 지역 내 납골 시설 설치를 막는 모습들이 죽음에 대한 기피와 두려움, 미신적 사고와 함께 생겨난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극단적 이기주의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윤리신학자 김정우 신부(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장)는 “한국사회에서 죽음을 기피하는 현상은 현실에 집중된 물질 문화에서 생겨난 삶과 죽음의 분리적 생각에서 연유된 것”이라며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올바른 죽음관이 형성될 때 화장 납골묘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교회 안에서부터 “산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 죽음은 삶의 자연적인 현상이며 ‘아직’이 아니라 이미 벌써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라는 생각 하에 “죽음에 대한 묵상과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겸손을 배우는 올바른 교육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모아지고 있다.

■ 교회가 장례문화 선도해야

이런 가운데 지역 본당들을 위시한 교회 기관들이 바람직한 장례 문화 선도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본당들이 소규모 차원의 본당 내 납골당 설치를 활성화시켜서 상례 문화를 이끌어야 나가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유해 봉안소 설치가 가능한 본당들이 성당 내 공간 벽면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소성당처럼 리모델링을 하는 방법으로 500~700기 규모의 소규모 납골당을 마련한다면 신자들의 고인에 대한 추모와 유족들의 기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도심 지역 본당이 아름다운 상례 문화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구미 여러 국가들의 경우 도심 내부나 교회에 납골 시설을 설치하면서 이를 공원화하여 죽은 자들의 공간을 살아있는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 되도록 설계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 이는 자연스레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일상의 휴식과 영원한 휴식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가톨릭신문  201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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